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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부의 세계에 존재하는 우정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가장 친한 친구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1등을 향해 서로 경쟁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PGA투어에서 저스틴 토머스와 조던 스피스는 어린 시절부터 무척 친한 사이로 유명하다. 그들은 같이 한 팀을 이뤄 로리 매킬로이와 타이거 우즈 팀과의 매치 플레이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오프 시즌이나 쉬는 주에는 같이 만나 놀고 골프가 아닌 다른 스포츠를 같이 하기도 한다. 지난 7월에는 부부가 함께 윔블던 테니스 대회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토머스의 결혼식 때도 스피스가 건배사를 해줬다. 정말 절친한 친구 사이다.

하지만 그들은 매주 경쟁해야 한다. 매주 열리는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 그들은 서로를 응원하지만 서로 이기고 싶어서 안달이다. 내가 더 잘치고 싶다고 말이다.

토머스는 PGA투어에서 15승, 스피스는 13승을 거뒀다. DP월드투어에서 스피스는 우승이 없는 반면에 토머스는 4승을 거뒀다. 우승 횟수는 토머스가 월등하다.

메이저 대회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토머스는 PGA챔피언십을 두 번 우승한 것이 전부다. 톱(Top) 5에 든 것도 한 번 뿐이다. 반면 스피스는 PGA챔피언십만 빼고 마스터스, 디오픈, US오픈까지 3개의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했다. 톱 5 기록 9번에 준우승만 4차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선수 모두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찬사를 받지만 같은 시기에 서로 우승을 향해 싸우는 일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조던 스피스가 5승을 차지하던 2015년에 저스틴 토마스는 1승을 기록했다. 그리고 스피스가 우승이 없었던 3년 동안 토머스가 9승을 기록했다. 두 사람이 자신의 커리어에서 각각 최다 우승 시즌을 달성할 때 상대편은 잠잠했던 셈이다.

하지만 그들의 우정은 성적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승부의 세계에서 좋은 친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힘들 때 서로를 위로해주고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라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이 위안이 된다.

바람이 있다면 두 사람이 모두 최상의 컨디션으로 챔피언 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는 것이다. 그런 순간이 온다면 그들은 서로 말 한마디 안하고 자기의 경기에 집중할 것 같다. 얼음같이 차가운 승부가 끝나면 서로 따뜻하게 웃어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 [KLPGA 프로]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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