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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 마음 놔뒀다는 마가렛, 시신도 주고 떠났다
소록도 천사 장례식 엄수..‘無(무)’ 붙인 방
한복차림 한국아이들 ‘모두가 꽃이야’ 합창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소록도 천사’ 고(故) 마가렛 피사렉(향년 88세) 간호사가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도록 의료 연구에 쓰라는 뜻으로 자신의 시신 마저 남김없이 주고 떠났다.

숨지기 전 까지 소록도에 마음을 놔두고 왔음을 되뇌었고, 그녀의 방에는 ‘無(없을 무)’자가 걸려있었다고 한다.

투병중인때 마가렛은 여전히 소록도에 마음을 놔두고 왔다고 되뇌었다. [KBS 화면캡쳐]

청춘은 물론 삶의 절반을 대한민국 소록도 한센인과 그 가족들을 돌보는데 바친 마가렛 간호사의 장례식이 7일 오후(현지시간) 그녀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티롤주(州) 인스부르크 회팅 교구의 성당에서 엄수됐다.

한국에서 온 문상객 7명을 포함해 현지 유족과 지인, 세계 곳곳에서 온 의료분야 관계자등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며 명복을 빌었다.

그의 지인들과 함태웅 주오스트리아 대사, 공영민 고흥군수 등이 바치는 조화가 영정 앞에 놓여있었다.

고인 보다 4년 앞서 소록도에서 봉사활동을 먼저했던 마리안느 스퇴거(89) 간호사가 고인의 유족과 함께 맨 앞줄에 앉았다. 43년간 한센인들을 치료하고 돌본 마리안느의 건강을 대한민국 국민들이 기원하고 있다.

마르안느(왼쪽)가 한살 동생 마가렛 문병 간 모습

고 마가렛 간호사가 오스트리아 국립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1966년부터 전남 소록도에 격리 수용된 한센인을 돌본 과정들이 다시 한번 장례미사때 공개됐다.

마가렛은 고국에 돌아온 뒤에도 “소록도에 마음을 놔두고 왔다”는 말을 하곤했으며, 투병 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정부를 대표해 나온 함 대사가 추도사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약 40년간 봉사하시고 헌신하신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고인의 숭고한 인류애와 희생정신은 많은 한국인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함 대사는 “일생을 바쳐 봉사의 삶을 살아왔으면서도 끝까지 본인을 낮췄던 간호사님은 모든 사람의 마음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조전을 함께 낭독했다.

소록도성당 주임 신부였던 김연준 신부가 ‘두 소록도 천사’를 영원히 기억하기위해 설립한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관계자도 “가장 낮은 모습으로 헌신한 마가렛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국민 모두의 마음을 모아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는 공영민 고흥군수의 조전을 대독하고 “당신이 보여준 사랑에 사단법인 임직원 모두가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성찬 전례가 끝나고 ‘마리안느와 마가렛’ 구성원들이 고인의 영정 앞에서 노래했다. 마가렛 간호사가 평소에 자주 불렀던 한국어 성가인 ‘사랑의 송가’를 합창했고, 한복을 입은 사단법인 직원 자녀들은 민요 ‘모두다 꽃이야’를 불렀다.

소록도에 세워진 두 천사 공적비

고인의 조카 클라우스 피사렉씨는 장례 미사를 찾아와 마음을 나눠준 한국인들에게 유족을 대표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이날 장례 미사에 고인의 주검은 보이지 않았다. 인스부르크 의대 해부학실로 넘겨지기 전에 이 대학병원에 안치돼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기 몸이 좋은 일에 쓰이길 바란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시신은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됐다.

작년 12월 인스부르크의 요양원을 찾아 마가렛 간호사를 만났던 함 대사는 “거주실 벽에 ‘없을 무(無)’자가 붙어 있던 것도 봤다”며 “아무것도 갖지 않고 모두 나눠주신 고인의 모습을 벽에 붙어 있던 그 글자에서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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