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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신 찾는 방울이 10년 만에 울렸다…섬뜩하지만 경쾌한 퇴마 영화 ‘천박사’
웹툰 ‘빙의’ 영화화…강동원 주연
액션·코미디 결합한 오컬트물
[CJ ENM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시체 냄새가 나네요.”

대저택에 사는 부부의 의뢰를 받고 귀신을 내쫓으러 간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 분). 그는 대저택에 들어서자마자 팔찌를 흔들어본다. 방울 소리가 나면 귀신이 있다는 뜻.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을 확인한 천박사는 “악귀야 물러가라”며 정원에 있는 망주석에 칼을 던지며 맘껏 가짜 굿을 펼친다. 의식을 마치자 의뢰인 부부는 한숨을 돌리며 안심한다.

또 다른 의뢰를 받고 충북 괴천의 을씨년스러운 마을로 향한 천박사. 또 다시 가짜 굿을 펼치기 전에 팔찌를 들어 올리는데, 갑자기 방울이 크게 울린다. 10년 만에 처음 들린 방울 소리다. 천박사 앞에 있던 꼬마의 얼굴과 목소리가 갑자기 무섭게 바뀐다.

[CJ ENM 제공]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천박사가 자신과 연관된 무시무시한 퇴마 의뢰를 받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기생충’, ‘헤어질 결심’ 등 굵직한 작품에서 조 감독으로 활동했던 김성식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천박사’는 후렛샤 작가가 2014년 내놓은 웹툰 ‘빙의’를 영화화한 것으로 영화는 천박사 캐릭터를 중심으로 각색했다.

김 감독은 “원작에서 가장 중요하게 가져갔던 부분이 천박사의 캐릭터였다”며 “사람의 몸 옮겨 다니는 영에 관심이 많이 생겼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퇴마, 빙의 등을 소재로 하는 오컬트물이지만 액션, 코미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돼 경쾌하게 전개된다. 전반부는 천박사 ‘심리 치료’라고 부르는 가짜 퇴마 사기극을 중심으로 코미디 색채를 강조한다. 특히 천박사와 그의 파트너 인배(이동휘 분)의 티카타카가 웃음 포인트다.

[CJ ENM 제공]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천박사와 사람의 몸에 자유롭게 빙의하는 ‘반 귀신 반 사람’인 범천(허준호)과의 대결이 치열해지면서 액션, 공포, 판타지 느낌이 든다. 의뢰인의 동생인 유민으로 등장하는 아역 배우 박소이의 빙의 연기도 후반부의 섬뜩함을 더한다.

천박사는 강동원이 도사로 나왔던 ‘전우치’와 화려한 말발로 사람들을 속이는 사기꾼으로 분했던 ‘검사외전’이 합쳐진 듯한 캐릭터다. 강동원도 이를 의식한 듯 천박사의 내면 심리를 중심으로 차별화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강동원은 “제 캐릭터가 자칫 잘못하면 ‘전우치’나 ‘검사외전’의 중간 지점이라 캐릭터가 겹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를 최대한 보이지 않게 노력했다”며 “천박사는 내면의 아픔이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감정적인 레이어를 많이 쌓으려고 신경 썼고, 극 전체를 이끌고 가는 캐릭터여서 중간 중간에 유머를 섞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CJ ENM 제공]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범천이다. 허준호는 공포스러운 비주얼과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대사 없는 표정 연기만으로도 악역으로서 강렬한 에너지와 카리스마가 느껴질 정도다. 허준호는 강동원을 상대로 한 액션도 화려하게 소화한다.

허준호는 “액션 때문에 이 작품을 해낼 수 있을지, 기대치에 맞는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액션 연기가 어렵고 힘들었지만 다시 액션을 해도 되겠다는 희망이 생겼다”며 웃었다.

[CJ ENM 제공]

배우들의 특별 출연도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지하실에서 지냈던 박명훈과 이정은 커플이 지상의 대저택 부부로 출연해 명대사인 ‘리스펙’을 외치고, 박정민이 여성스러운 선녀 무당으로 변신해 웃음을 유발한다. 블랭핑크 지수도 선녀 무당의 몸에 들어간 선녀 영혼으로 등장해 반가움을 자아낸다.

27일 개봉. 98분. 12세 이상 관람가.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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