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진아 “슬럼프 지나 마주한 나의 도시…일 분이라도 위로의 시간이길” [인터뷰]
데뷔 10주년, 슬럼프 딛고 낸 노래들
이효리·이상순, 스텔라 장, 박문치 참여
“단 일 분이라도 위로 얻는 시간이었으면”
이진아 [안테나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초록빛 하늘과 검은 구름, 온갖 나무와 풀들로 가득한 이곳”(‘미스터리 빌리지’ 중)을 ‘작은 소녀’가 헤매인다. 낯선 곳에 뚝 떨어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소녀는 변해버린 ‘욕망의 도시’에서 길을 찾는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나온 소녀에게 멋지고 웅장한 건물(‘도시의 건물들’)들이 펼쳐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꿈처럼 동화화해서 만들었어요. 알게 모르게 생겨나는 세상의 가치관에 휩쓸려 살지 말고, 눈을 뜨라고 만들어본 곡이에요.”

긴 슬럼프를 이기고 ‘여행의 끝’에서 만난 이진아의 속마음들이 앨범 한 장에 빼곡히 채워졌다. 다시 돌아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근 만난 이진아는 “슬럼프가 와서 쉬는 기간이 길어졌다”며 “자신감을 얻고 최대한 곡을 만든 시간이 1년 6개월이었다”고 돌아봤다.

어느날 가자기 찾아온 슬럼프에 이진아는 홀로 훌쩍 떠났다. 남편도, 매니저도 동행하지 않은 여행 기간이 장장 50일이나 됐다.

“음악을 하는 것이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내 노래는 다 똑같은 것 같고, 다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상향은 높이 있는데, 실력은 저 밑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진아 [안테나 제공]

이진아의 데뷔는 10년 전인 2013년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2014년 ‘K팝 스타’ 시즌4에 출연하면서다. 연주력, 작사, 작곡, 편곡 능력 등 뛰어난 음악성은 심사위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완전히 새로운 음악 세계에 대중도 열광을 보냈다.

이진아는 그러나 “독창적인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 하는데 재료가 떨어졌나 싶은 생각도 들고, 실력의 한계를 느껴 어떻게 발전해야 하나 싶었다”고 돌아봤다.

여행은 다시 설 수 있는 마음을 줬다. “오래 쉬니 이제 그만 놀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우리가 사는 하루하루가 선물같은 건데, 왜 부담으로 여겼을까 싶었어요. 내가 노래할 수 있는 재료들로 하면, 그것 역시 선물인데 왜 그랬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미국 뉴욕으로의 여행을 마치고, 새 앨범인 3집 ‘도시의 속마음’이 나왔다. 열심히 만들어두고 내쳤던 노래도 다시 꺼내왔다. 타이틀곡도 두 개로 정했다. ‘미스터리 빌리지’(Mystery Village)와 ‘도시의 건물’. ‘미스터리 빌리지’는 중요한 것을 잊고 살아가는 이 도시를 그렸다. 노래 가사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꼭 쥐고 있다는 ‘신비로운 거울’은 바로 스마트폰을 가리킨다.

장르의 벽을 자연스럽게 허물며, 재즈와 팝, 보사노바는 물론 클래식과 대중음악까지 뒤섞는다. 보통의 대중음악에선 등장하지 않는 낯선 음악적 기법에 공기 9, 소리 1의 때묻지 않은 창법이 이진아의 음악을 특별하게 만든다. ‘미스터리 빌리지’ 역시 마찬가지다. 노래에서 “어서 일어나 잠에서 눈을 떠봐”라는 가사에서 재즈풍 피아노 선율에 속삭이는 호소가 더해질 땐, 신비로운 동화속 한 장면으로 빨려드는 기분이다. 그의 남편인 재즈 피아니스트 신성진이 이번 3집의 스트링 편곡을 도왔다.

이진아 [안테나 제공]

그는 “장르를 결합할 때 계획적으로 섞지는 않는다”며 “다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음악을 어렵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책을 읽든 무엇을 하든, 너무 어려우면 잘 들어오지 않아 음악을 할 때도 쉽게 만드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앨범엔 많은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스텔라 장, 박문치를 비롯해 소속사 선배인 이효리·이상순 부부와도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말’을 통해서다. 잔잔한 피아노와 어쿠스틱한 기타 사운드, 이효리의 목소리가 조화를 얹어졌다.

이진아는 “용기를 내서 (이효리에게) 긴 카카오톡을 보냈는데 이효리 선배님이 ‘나도 요즘 말이라는 주제로 고민하던 차’라고 답해주셨다”며 “제주도로 내려가 애월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서 녹음했다”고 했다. 앨범이 나온 뒤 이효리는 응원의 메시지도 보냈다. ‘진정한 친구’ 중 “넌 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구나, 우울해, 슬퍼져,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너에게 모든 걸 다 보여줬는데”라는 노랫말이 위로가 된다는 응원이었다.

이진아의 도시는 언제나 꿈을 꾼다. 그 곳엔 사랑이 넘친다. 빌딩 숲을 거닐다 난데없이 만난 커다란 곰인형처럼 깜짝 이벤트같다.

“전, 제 노래를 듣고 위로를 얻으면 좋겠다느 생각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내가 노래를, 음악을 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하면 그건 언제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행복하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에요. 일 분이라도 위로를 얻었으면, 마음의 뭉클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제일 커요.”

shee@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