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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뒤의 진실(캐서린 에반 지음·조은아 옮김, 시공사)=의사가 처방한 약은 모두 정품일까, 아니면 성분만 같은 복제약일까. 복제약은 널리 쓰이고 있지만 정작 왜 저렴해졌는지는 대부분 알지 못한다. 탐사 보도 전문 저널리스트 캐서린 에반이 쓴 ‘라벨 뒤의 진실’은 화이자를 비롯한 대형 제약 업계와 미국 보건복지부·식품의약국(FDA)이 유착 관계를 바탕으로 위법을 저지른 내막을 고발한다. 저자는 제약회사 임원, 규제 기관 관계자 등 약 240명을 인터뷰하고 2만 개 이상의 FDA 문서 등을 분석했다. 저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선 제약사로부터 값싼 불순물이 함유된 약을 기증받아 먹은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어떤 이는 맞춤형 독약을 기증하기도 했다. 인도와 중국의 제네릭 의약품 제조업체는 실험실 테스트 기록을 일상적으로 조작한다. 한국 역시 이같은 사기와 부패에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 위장약과 고혈압약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됐지만, 제약업계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물의 가부장제(세계는 왜 여성에게 맞지 않을까)(레베카 엔들러 지음·이기숙 옮김, 그러나)=다윈의 진화론, 뉴턴의 운동 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유명 이론엔 과학자의 성이 달려 있다. 그러나 퀴리의 방사성 원소, 괴페르트 마이어의 원자핵, 프랭클린의 DNA 이중 나선 구조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 과학자가 발견한 과학적 발견엔 성이 달리지 않은 것이다. 레베카 엔들러는 신간 ‘사물의 가부장제’을 통해 우리의 언어와 사물이 얼마나 가부장적인 구조에서 비롯됐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진단한다. 컴퓨터 분야에서 초기에 비해 왜 여성 비율이 줄어드는지, 여성복엔 왜 주머니가 없는지, 의학, 축구화,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들의 안전 문제는 왜 소외되고 있는지 등을 살핀다. 심지어 미국 냉난방공조협회는 규제 표준의 기준을 몸무게 70㎏의 40대 남성으로 했다. 여성들이 사무실에서 추위에 떠는 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세계의 절반은 여성이다. 저자는 가부장적인 사물로 세계의 절반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는다면 이를 개선하고 바꾸는 것이 실질적인 남녀평등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엄마의 아트 레시피(최인영·최주은 지음, 하영인)=미술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학창 시절 미술 수업 때 배웠던 바로크, 인상파나 장 프랑수아 밀레, 파블로 피카소 같은 사조의 명칭이나 화가의 이름만 나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관 등을 다니며 작품을 접하다 보면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과 연결시킬 수 있어 미술에 대한 소양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입시 위주의 수업이 진행되는 학교 교육의 현실을 볼 때 이같은 미술 교육은 사실 어렵다. 미술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역에서도 빠져 있다. 모녀지간인 두 저자가 쓴 이 저서는 미술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을 명쾌하게 풀어준다. 저자들은 3년 간 이탈리아에 체류하며 방문한 미술관에서 받은 영감을 요리로 표현한 후 글로 적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어린이가 많이 접했을 세계적 명화 30점을 30개의 ‘레시피’로 풀어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미술의 세계를 오감을 동원한 요리로 자녀와 즐겁게 접근하는 법을 알려준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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