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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고 세탁기 샀다가 범죄표적 됐다…일상 속 공포 ‘타겟’
‘인사동 스캔들’, ‘명당’ 박희곤 감독 신작
중고나라 사기꾼 ‘그놈’ 실화 사건 모티브
현실감 입힌 자취 여성의 일상 속 공포
영화 ‘타겟’ 속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현실적이고 일상적이다. 그래서 더 공포스럽다.

영화 ‘타겟’은 중고거래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공포와 스릴러로 풀어냈다. 영화는 ‘인사동 스캔들’(2009년) ‘퍼펙트 게임’(2011년) ‘명당’(2018년) 등으로 이름을 알린 박희곤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평범한 30대 직장인인 수현(신혜선 분)은 이사하자마자 중고세탁기를 구매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고장 나 있는 세탁기. 중고거래 사기에 화가 난 수현은 판매자의 게시물들에 사기꾼이니 속지 말라는 댓글을 단다. 이를 확인한 판매자가 수현에게 그만두라고 협박하지만 수현은 굴하지 않는다. 오히려 카톡으로 하고 싶은 말을 쏟아붓는다.

다음날부터 수현의 일상에 공포가 조금씩 잠식한다. 수현에게 ‘무료 나눔’ 물건을 받으러 가겠다는 전화가 수십통씩 오고 주문한 적 없는 음식이 연이어 배달된다. 심지어 모르는 ‘초대남(잠자리에 초대받은 남자)’이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기까지 한다. 판매자가 협박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 범인에게 맞짱 뜰 기세로 대항하던 수현은 제발 멈춰 달라며 그에게 백기를 든다.

영화 ‘타겟’ 속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타겟’ 속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순수 픽션처럼 보이는 이 영화는 중고나라 사기꾼 ‘그놈’의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지난 2020년 언론 보도로 알려진 ‘그놈’ 일당은 6년간 중고거래 사기로 약 50억원을 빼앗고, 이를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들에 대해선 서슴없이 보복에 나섰다. 일당의 보복 과정은 워낙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탓에 일부 피해자는 자살 시도까지 할 정도였다. ‘그놈’은 ‘타겟’ 영화 촬영 도중 필리핀에서 잡혔지만 다른 일당은 여전히 도피 중이다.

박 감독은 “접했던 사례 대부분이 범인의 의도대로 손실을 보거나 협박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중 가장 적극적으로 저항했던 사례자가 여성이었다”며 “덩치 큰 남성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범인에게 가장 용감하게 저항했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해 주인공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다만 수현은 해당 피해자와는 다른 허구의 인물이다. 영화에 나오는 또 다른 피해자인 혜진(금새록 분)이 실제 피해자의 모습으로 분했다.

영화 ‘타겟’ 속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경찰의 대응 역시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수현은 ‘그놈’을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사이버수사에 적극적이기보다 무기력한 반응을 보인다. 실제 경찰에 따르면 사이버수사대의 절반 이상의 사건이 중고거래 사기인데 대부분 VPN(가상사설망)을 활용하는 등 교묘하게 수사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범인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박 감독은 “사이버수사대에서 벌어지는 범죄 중 사건 통합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범인들은 이런 상황을 다 알고 범행을 저지르는 반면 경찰은 실제로 잡기 어려운 걸 알고 수사를 시작하니 힘이 빠진 경우가 많다고 해서 이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타겟’ 포스터.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실적인 이야기에 더욱 현실감을 입히는 것은 주연배우의 연기력이다. 신혜선은 중고거래 사기에 분노부터 일상을 점점 옥죄어오는 공포의 감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등 섬세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8월 30일 개봉. 101분. 15세 이상 관람가.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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