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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가나, 두 전통리듬의 공명
가나 뮤지션 킹 아이소바ㆍ사물놀이 느닷
양국 타악기로 흥·신명 넘치는 무대 한판
14일까지 국립극장서 ‘리듬 카타르시스’
가나 뮤지션 킹 아이소바와 프란시스 아얌가, 한국 사물놀이 그룹 느닷이 만났다. 사진은 느닷 권설후, 킹 아이소바, 표한진, 프란시스 아얌가, 이준형(왼쪽부터) 임세준 기자

“야밤마와 야밤마와 카이카이카이 야밤마와 바세타조이 씨기나(Yaabamawaaa Yaabamawaaa kaikaikai. Yaabamawaaa bassetizoy seegna·하늘에 계신 조상신이시여 모든 것의 끝이니 평화와 안녕, 진정을 주십시오).”

전혀 다른 두 세계의 리듬이 공명했다. 올 곧게 뻗어나가는 한국의 장단 사이사이로 아프리카의 그루브가 능수능란하게 들어온다. 발산하는 사물놀이와 응축하는 호흡이 촘촘히 얽혀 한 마음을 확인하면, 주술 같은 추임새가 시작된다. 가나 음악계의 거장 킹 아이소바(King Ayisoba)의 목소리를 통해서다.

“한국의 문굿과 정말 닮았더라고요. 문굿이 복을 몰고 들어갈 테니, 문을 열어달라는 의미거든요. 그 정신이 닮아있어요(느닷 권설후).”

연습 1일차. 지구 반대편에서 저마다의 음악을 해오다 마침내 처음 만난 날, 말하지 않아도 통했다. 가나 출신의 음악가 킹 아이소바와 연희그룹 느닷의 국경을 초월한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2023 여우락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리는 ‘리듬 카타르시스’(7월 13~14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킹 아이소바는 “두 나라의 리듬은 완전히 다르지만, 그 리듬에 서로 맞춰가며 음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킹 아이소바는 전통악기를 기반으로 가나의 대중 음악계를 이끌며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음악그룹이다. 가나 출신 음악가 킹 아이소바(보컬, 콜로고)가 중심이 돼 11명의 멤버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의 이름이 그룹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번에 호흡을 맞추는 연희그룹 느닷에 대해 그는 “굉장히 좋은 목소리를 가진 팀”이라며 “파워풀한 목소리와 장단에서 두 나라의 닮은 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팀은 이번 공연을 통해 각자의 무대와 협업 무대를 꾸민다. 이질적인 두 리듬의 생경한 어우러짐을 만날 수 있다. 느닷의 이준형은 “한국과 가나의 전통 요소 안에 샤머니즘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이를 융합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문굿과 길놀이를 느닷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킹 아이소바와 함께 연주한다”고 말했다.

“킹 아이소바의 음악에서 우리나라 선율과도 닮은점을 찾을 수 있더라고요. 특히 강원도에서 불리는 메나리 선율과 가나의 소리가 비슷해 잘 어우러진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이준형)

흥미로운 공통점이 많았다. 권설후는 “한국의 사물놀이처럼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다”며 “노래를 하거나 끊을 때 시작점과 마무리되는 지점이 비슷하고, 추임새를 많이 한다는 점도 유사하다”고 말했다.

킹 아이소바는 난생 처음 접한 한국의 전통 음악에 즉흥 연주로 가나의 색채를 더한다. 권설후는 “음악을 듣고 바로 바로 리듬이 들어오는데 그게 무척 좋았다”며 “사물놀이는 몸으로 하는 대화인데 킹 아이소바의 표정과 몸동작 등이 확실하게 보여 흥미로웠다. 이 과정을 통해 몸으로도 호흡하고 있다”고 말했다.

낯선 음악일 수 있지만, 킹 아이소바는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네 살 때 서아프리카 전통 현악기인 콜로고 연주를 시작, 가나 피토 바와 축제에서 노래를 부르며 신동으로 불렸다. 그는 “한국 전통 타악은 가나 북쪽 지역의 전통악기와 비슷한 느낌”이라며 “저 역시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한국의 전통을 만난다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더, 상당히 신나는 작업”이라며 웃었다.

그의 음악은 콜로고를 기반한 리듬과 멜로디 위에 대중음악 요소를 가미한다. 킹 아이소바의 멤버 프란시스 아얌가(젬베, 프로듀서)는 “콜로고를 연주하는 사람은 많지만 킹 아이소바의 음악은 오직 그만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장르”라며 “가나의 전통을 기반으로 록, 레게, 전자음악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가나 최고의 음악가”라고 귀띔했다.

킹 아이소바는 사회·정치 문제를 음악에 담아내며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동시대 음악가로 사랑받고 있다. 가나에선 NGO(비정부기구)와 함께 우물을 만드는 자선활동을 하며 지역사회의 정치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이기에 한국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인 멜론에서도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음악은 사회, 정치적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죠. 그리고 음악 안에 메시지를 담아 그것을 연주하고 노래할 때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지를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킹 아이소바)

한국 음악을 접한 경험도 많다. 킹 아이소바는 “최근 베를린에선 이름은 모르지만 K-팝 그룹의 공연을 봤는데 너무 좋았다”며 “K-팝과는 다른 느닷 같은 팀의 전통음악에선 타악기들이 상당히 큰 볼륨을 낸다는 것이 흥미롭고 에너제틱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리듬 카타르시스’는 이질적인 만남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마주하는 공연이다. 느닷의 표한진은 “서로의 흥과 신명이 어우러져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의 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리듬은 원초적인 거예요. 반복적인 한국과 가나의 리듬이 서로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다가올 겁니다. ‘리듬 카타르시스’라는 제목처럼 타악기의 정점을 마주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공연이 될 거예요.” (느닷)

“음악은 함께 만들어가는 축구 경기와 같다고 생각해요. 축구처럼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즐기는 순간들이 항상 즐거워요. 우리가 전하는 축원이 관객에게도 전달되길 바랍니다(킹 아이소바).”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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