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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여당 새 대표 김기현, 이제는 민심을 잡아야

이변은 없었다. 18년 만에 당원 투표 100%로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김기현 후보 승리로 끝났다. 이번 전대엔 1위 득표자가 과반을 얻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하도록 당헌·당규가 개정됐지만 김 후보는 52.9% 득표에 성공해 결선 투표를 저지했고, 나머지 후보들은 역전의 기회 없이 고배를 마셨다. 최고위원·청년 최고위원에도 모두 친윤계 후보가 당선됐다. ‘이준석 학습효과’로 집권 초기 안정적인 당정 관계를 원하는 당심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7년 만에 여당 전당대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점찍은 후보의 압승에 고무돼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이제 더 강력하게 행동하고 더 신속하게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 단일대오 기대감의 표출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해 7월 ‘성 상납 의혹’으로 사실상 대표직을 내려놓은 8개월 동안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윤핵관’과 이 전 대표의 법정 공방으로 날을 지새웠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한 당이 수차례의 비대위 체제를 거치는 등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뚱거렸다. 겨우 이준석 사태를 매듭 짓고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돌입했으나 이번에는 친윤·비윤 진흙탕 계파싸움으로 전당대회인지, 분당대회인지 모를 판이 됐다.

여당 전당대회는 국정운영의 파트너를 고르는 것이어서 현직 대통령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개입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당헌·당규를 개정해 민심 1위 유승민을 주저앉혔고, 이어 당심 1위 나경원도 ‘반윤의 우두머리’라는 프레임을 씌워 낙마시켰다. 수도권과 중도층 지지가 강점인 안철수 후보는 ‘윤·안 연대’를 내걸었다가 ‘국정운영의 적’이란 낙인이 찍혔다. 막판에는 대통령실 행정관의 선거 개입 논란까지 일었다. 네거티브만 난무하고 정작 보수정당의 미래나 비전에 대한 담론은 찾을 수 없었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김 신임 대표는 그래서 겸허해야 한다. 안철수, 천하람 등 비주류 대표 후보들이 모은 47%의 뜻을 새기고 자신의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약속을 지켜 당내 화합을 이뤄내야 한다. 당직인선에서 통합적 행보를 보여야 내년 총선의 공천권이 공정하게 행사될 것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다. 총선은 결국 수도권과 청년, 중도층의 표심을 얻는 싸움이다. ‘꼰대정당’ ‘웰빙 정당’이라는 고루한 이미지를 벗으려면 지지층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참신한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 국회에서 안정적 과반을 얻지 못하면 집권 3년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가 식물정권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민심은 당심보다 수십배 더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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