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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다시 시작된 미국發 금융 격랑, 보수적 대응이 최선

식지 않는 경기지표에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3월 파월의 입만 쳐다보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아시아 주요국의 환율은 일제히 상승했고 대부분의 증시는 하락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환율은 22원이나 올라 1320원대를 넘어섰다. 코스피도 1.28% 빠졌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격랑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그만큼 커졌다.

오늘날 글로벌 금융격랑의 출발점은 Fed의 오판이다. 인플레 없는 경기호황이 가능하다고 믿은 게 Fed였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비롯된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돈이 풀렸는데도 방치하다 인플레의 역습을 당했다. 그런데도 정신차리지 못하고 코로나19 때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풀었다. 그 여파가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고물가다. 지난해 1월만 해도 “물가 걱정 없다”던 옐런 미 재무장관이었다.

미국의 기준금리(4.50∼4.75%)가 1년 새 엄청나게 올랐고 올 연말까지 더 올린다 해도 그 수준은 5~5.5%다. 그래 봐야 6%를 훌쩍 넘는 물가 상승률보다는 낮다.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면 금리를 더 올리는 수밖에 없다. 적어도 6%에 달하는 금리를 예측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금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 금리도 마찬가지다. 3.5%의 기준금리로는 역부족이다. 지금도 한미 간 금리 차는 1.25%포인트다. 더 벌어져 2%까지 다가가면 핫머니들이 움직인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금리 차가 벌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어차피 국제적으로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독자적인 통화정책으로 금리와 환율을 모두 잡을 수는 없다.

8일 발표된 2가지 지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국은행은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주택 가격 하락 등으로 올해 소비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본다. 가계 실질구매력이 지난해 3.0%에서 올해는 0.7% 증가하는 데 그친다는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소득 하위 20%가 지출한 복권 구매비용이 1년 전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나타난 내용이다. 어려운 사람일수록 힘든 세상의 희망을 복권에서 찾은 셈이다. 탓할 일은 아니지만 확실한 오답이다.

위기에 대한 해법은 경험과 역사에서 찾아야 한다. 보수적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게 최선이다. 희망 섞인 예상은 언제나 경제법칙에 무너졌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국가와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 모두가 인식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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