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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뛰는 연준, 쫓는 한은, 그걸 보는 尹

버텨내야 하는 시절을 산다. 가계든 기업이든 정부든 예외없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발 금리인상이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집안 구석구석에 냉기를 퍼뜨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언급하며 터널 끝의 빛을 보지만 ,‘긴 터널’이라고 했다. 고물가·저성장을 경제전망 보고서의 키워드로 22일(현지시간) 제시하면서다. 어떻게 하든 살아남아야 강자라는 뜻이다.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에선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랭해 중개업소엔 급매물이 쌓인다고 한다. .‘눈물밖에 남은 게 없다’는 문구도 등장한다.

25년간 주택시장 활황을 경험한 캐나다도 통화긴축 정책의 된서리를 맞았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니 수요가 종적을 감췄다. 빚내서 집 산 이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땡처리’해야 할 처지다. 캐나다는 내년 3월이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지 1년이다. 대략 4배 뛴 금리의 여파가 어떻게 나타날지 풍향계가 될 거란 전망도 있다. 질서정연하게 조정을 겪는지, 그야말로 추락할지 다른 나라엔 전조가 된다는 분석이다. 한국 집값도 더 떨어진다는 전망이 많으니 남 얘기가 아니다.

부동산뿐인가. 예금 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도 뛰어 가계에 부담이 되니 자제하라는 당국의 지침으로 금융권 전반의 스텝이 왕창 꼬여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상하는 기관이 많고 자금시장이 경색해 기업도 경영계획을 짜기 난망한 총체적 위기다.

상황이 절박하다보니 ‘미국은 경제적으로 정의로운가’라는 답이 없는 질문을 뇌까리게 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국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기준금리를 끌어올린 여파가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져서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1979~1987년)이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무섭게 금리를 인상해 개발도상국 경제가 파탄 났던 게 연상된다.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도 한 차례 시행착오를 했던 탓인지 금리인상만이 ‘인플레이션과 전쟁’에서 승리할 유일한 경로인 것마냥 공격적이다. 연준 고위 인사들은 속도조절론을 띄우면서도 최종금리는 5.0~5.25%로 본다. 현재보다 1.0~1.25%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3.0%다. 한국은행이 24일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아도 뛰는 연준을 쫓기엔 더딘 행보다.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으면 투자 자금은 돈값을 더 쳐주는 미국을 택하는 게 인지상정이니 적어도 한국은행 수준에선 연준을 추종하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그렇다고 매번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다. 미 정책 입안자들은 ‘지적(知的) 타성’에 젖어 경기침체로 이어질 걸 뻔히 알면서도 금리인상에만 기댄다는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 엄존한다. 한국에 적용해보면 윤석열 정부는 인플레이션 완화 책무를 한은에만 맡기지 말고 ‘정책적 상상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주요 기업에 인플레이션을 핑계로 상품·서비스 가격을 올린 뒤 얼버무리고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자유·시장을 입에 달고 사는 윤석열 정부엔 기조 이탈 없이 물가를 견제할 수(手)가 될 법하다.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기 힘들면 경제라도 깨알같이 살펴야 한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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