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이틀째 중단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22일에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출근한 뒤 기자들을 만나지 않고 곧바로 집무실로 향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며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18일 MBC 기자가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 공세적인 질문을 던지고 대통령실 비서관과 충돌한 것이 그 빌미가 된 것이라 당분간 재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유를 떠나 대통령실이 일방적으로 소통의 장을 차단한 것은 유감이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매일 아침 대통령이 기자들과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간단한 질의응답을 나누며 집무실로 들어서는 모습은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집무실과 공관이 같은 울타리에 있고, 기자실이 분리된 청와대에선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했다. 더욱이 형식에 얽매임 없이 기자들과 대화하고 국가 정책 방향을 대통령에게 직접 들을 수 있기에 평가도 후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조차 ‘취지가 좋다’고 인정했을 정도였다. 도어스테핑은 윤석열 정권의 상징적인 제도가 됐고, 윤 대통령도 애착이 컸다. 실제 7월 코로나19 재확산과 이태원 참사에 따른 국가 애도기간을 제외하고는 중단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 만큼 적절한 보완 과정을 거쳐 하루속히 재개돼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 차원에서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특정 언론과 관계가 불편하다고 중단하는 감정적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이번 기회에 제도 보완과 운용 방식을 대폭 개선할 필요는 있다. 우선 윤 대통령 자신부터 더 의연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듣기에 불편한 비판적인 질문도 매끄럽게 받아넘기고 정확한 국정 방향 설명을 위해서는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그래야 ‘주52시간제 유연화 방안’과 같은 혼선을 줄이고 국정 신뢰도를 더 높일 수 있다. 출입 기자들 역시 ‘최고 취재원’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를 잊어선 안 된다. 질문은 날카롭게 던지되 품격과 예의를 갖춘 말과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원만하고 원활한 제도 운영을 위해 서로를 존중하자는 것이다. 적어도 슬리퍼 차림에 팔짱을 낀 호전적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자 최대 장점은 ‘소통’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다양한 소통에 나섰지만 도어스테핑 같은 적극적인 모습은 보이지 못했다. 소통은 지도자의 최고 덕목이다. 우여곡절이 많지만 도어스테핑이 정권을 이어가며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