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산하 노조들이 하루가 멀다고 줄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특히 운송 관련 노조들이 앞장서는 상황이어서 물류대란이 코앞이다. 전 세계가 복합 경제위기로 바람 앞에 촛불신세인데 하투(여름)를 넘어 동투(겨울)까지 역대급이다. 백척간두인 한국경제의 미래가 암울하다.
민노총 화물연대는 오는 24일부터 집단운송거부에 들어간다고 21일 발표했다. 조합원 2만5000여명이 무기한 운송 거부에 나서 전국의 모든 산업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조합원 10만명이 넘는 공공운수노조는 오는 23일부터 총파업에 나선다고 이미 지난 15일 선언했었다. 당장 이번주부터 산업화물의 물류차질은 기정사실이고 30일부터 서울 지하철 운행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출퇴근 불편으로 이어진다. 다음달 2일부터 운행 중단이 예고된 철도까지 가세하면 그야말로 한국경제의 혈관이 꽉 막히게 된다.
물류는 경제의 혈관이다. 제조업 서비스업 가릴 것 없다. 운송수단의 파업은 동맥경화 동맥파열이다. 피해는 광범위하고 치명적이다. 상상을 초월한다. 철강제품 출하 차질만으로 자동차 조선 건설현장까지 마비되는 식이다. 지난 6월 단 8일간의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계가 입은 손해만 2조원이 넘는다. 복구비용까지 감안하면 피해는 더 크다. 한국경제의 생산성과 경쟁력 하락의 원인으로 이만한 것도 없다.
문제는 이 같은 화물·운송 노조의 파업이 생업보다 정치적인 목적에서 벌어진다는 점이다. 노조들은 파업 이유로 정치사회적 이슈를 들고나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공공운수 노조가 내거는 요구조건도 사회적 참사나 중대재해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근본적 대책 수립이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의 핵심 원인은 국민의 ‘안전할 권리’를 외면한 국가의 책임”이라면서 “비극의 반복을 막기 위한 대안은 사회공공성과 노동기본권 강화”라고 주장한다. 이태원 참사를 노동운동의 지렛대로 이용하는 궤변일 뿐이다. 정치단체인지 노동단체인지 모를 일이다.
결국 현재 진행되는 노동계의 파업은 안전운임제 연장, 노란봉투법(쟁의로 인한 손해배상 제한) 등의 입법을 위한 노동계 대정부 투쟁의 일환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대개 노동계의 파업 투쟁은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여름에 집중되지만 올해는 겨울에 빈발하는 모양새다. 연말 정기국회가 조준점이라는 얘기다. 현시점에서 파업의 정당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정당성이 없는 파업은 불법이다. 원칙으로 대응해야 한다. 허둥지둥 막기에만 급급할 일이 아니다. 노란봉투법이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