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2년 유예를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제1야당이 맞서있는 가운데 증권업계가 시장의 우려를 쏟아내며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17일 금융위원회가 내년 금투세 도입이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연 간담회에서 증권업계는 올 들어 코스피가 20% 이상 폭락하는 등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와중에 투자자들에게 세금까지 걷으면 안 그래도 위축된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일반화되어 있는 만큼 우리 증시가 해외투자에 비해 매력이 떨어질 게 뻔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나하나가 현실에 부합하는 주장이어서 이익단체의 항변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익의 22~27.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금투세를 도입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한다. 지난 2020년 법이 통과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과세를 강행하는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자 지난 7월 정부는 금투세 도입을 2년 더 늦추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과세 도입까지 한 달여 남은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유예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는 중이다.
증권업계의 목소리가 아니더라도 금투세 유예의 당위성에 힘이 실린다. 기재부는 2023~2024년 금투세 유예 기간에 개인투자자의 세 부담이 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부터 금투세가 도입되고, 증권거래세를 0.08%포인트 인하하는 기존안대로 갈 경우,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의 세 부담은 3000억원 는다. ‘부자 감세’보다는 일반투자자 감세 측면이 크다. 2020년 금투세 도입 당시와 비교해 시장환경이 급변한 것도 직시해야 한다. 당시는 초저금리에 따른 대세상승기였으나 지금은 금리 급속 인상기로 주가는 하락세인 데다 내년 성장률은 1%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가 시행되면 해외주식으로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 과세 대상이 1만5000명에서 15만명으로 10배 증가하기 때문이다. 대만이 과거 세 차례나 주식양도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주가가 30% 넘게 폭락하는 바람에 도입을 철회했던 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금투세를 도입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향은 금융세제 선진화를 위해 가야할 길이다. 다만 경기 하강국면을 맞아 소득과 자산이 쪼그라드는데 여기에 새로운 세금까지 물리는 것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안기는 것이다. 정치는 이 같은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민생을 첫손에 꼽는 민주당이라면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