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과 11월 10일 국토교통부는 지역규제를 대폭 해제했다.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다. 그럼에도 미분양 물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9월 말 기준 4만1000여가구나 된다. 2008년 외환위기 당시(미분양 약 16만가구)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른 게 문제다.
특히 인천 등 수도권 일부 지역과 지방 미분양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 6월 지방 규제 지역을 해제했지만 미분양 물량은 단기간 급증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수요가 감소했고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매수심리가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재당첨 제한 불이익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대형 건설사들은 연초 내놓았던 공급 계획을 철회하거나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공급 시기를 미루고 있다.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도 건설업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이 늘고 있는 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악성 미분양 증가로 인한 중소 건설사들의 연쇄부도와 같은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과거 정권에서 미분양 해소에 효과가 있었던 대책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장 효과적인 게 세제 혜택을 늘리는 것이다. 지난 2009년 정점이었던 미분양 물량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던 대책이 바로 세제 혜택이었다. 지방 미분양 주택을 취득할 때 주택 소유와 무관하게 취득세를 일반세율로 적용하거나 큰 폭으로 감면해주고, 양도소득세를 일정 기간 면제해주는 대책 등이 필요하다.
2020년 7월 10일 폐지됐던 ‘매입임대주택제도’는 부활시켜야 한다. 집값 하락기에도 집을 사서 임대를 놓는 사람들이 있어야 시장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중도금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에 대응하는 수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완화도 필요하다. 규제지역에서 풀려 LTV 한도가 늘어나도 DSR를 40%까지 제한하고 있어 실제로는 여전히 대출을 받기 어렵다. 2금융권을 이용하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지만 높은 금리로 쉬운 선택이 아니다. 가계 부채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분양 해소를 위해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방 광역시에 여전히 적용되는 ‘전매제한’도 해제해야 한다. 지방 규제지역 해제로 사실상 전매제한이 없어졌지만 광역시에선 3년간 전매제한 규정을 여전히 적용하고 있다. 악성 미분양 적체 물량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향후 지방 미분양 물량은 더 늘어나고 주택시장 침체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LH의 미분양 매입 확약 제도와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예상되는 지방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규제지역 해제와 같은 소극적 전략이 아니라, 가수요 진입을 막는 장애물을 없애고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