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는 ‘불안한 희망’이다. 변화의 실마리는 찾았다. 하지만 핵심사안에선 자국 우선주의에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갈등의 해결까지는 멀고도 먼 과정이란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역설적으로 갈등 국면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미중 정상회담은 발리 G20 정상회의의 최대 관심사였다. 양국 정상의 첫 대면 회담은 형식적으로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두 정상 모두 국내 정치문제를 해결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임했다. 미 중간선거에서 바이든의 민주당은 선방했고, 중 전인대에서 시진핑은 3연임에 성공했다. 부통령과 주석 시절부터 10년 이상 잦은 만남을 이어온 두 정상은 당선 축하 덕담을 주고받았다. 악수는 길었고 미소는 끊이지 않았다.
갈등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긴급한 국제적 의제에 협력할 방법을 찾는 모습을 보일 책임이 있다”고 말했고, 시 주석은 “양국 국민과 국제사회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갈등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서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에도 공감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원론을 넘어 각론에선 첨예한 대립양상이 그대로였다. 양보없는 기싸움이 벌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장, 티베트, 홍콩 및 광범위한 인권 문제에 관한 중국의 행동에 우려를 표명했고 대만을 향한 중국의 강압적이고 점점 더 공격적인 행동에 반대의사를 확실히 했다. 시 주석도 “내정간섭 말라”는 의견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양국이 “핵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되며, 누구도 이길 수 없다”면서 우크라이나 내 핵무기 사용에 공동 반대의견을 손쉽게 도출해낸 것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애초 2시간으로 예정됐던 회담이 1시간 이상 늘어날 정도로 열띤 소통이 진행된 것도 자국 우선주의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핵 관련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미중 양국의 갈등 변화 양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현재로선 달라질게 거의 없다. 미중 정상 간 대화 의지가 있고 소통의 물꼬를 텄다는 상징적 의미 이외에 성과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번 회담의 주요 목적이 “오판에 따른 충돌을 막기 위한 레드라인을 정하는 것”이라고 공공연히 얘기한다. 결국 우리는 현 갈등국면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 무리하게 희망 회로를 돌리기보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