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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어쩌다 ‘ESG’...문제 유발자 vs 피해자, 그리고 문제 해결자

지난 6일(한국시간) 이집트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7)의 주요 어젠다는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유럽, 미국 및 일본 등 현재의 선진국에서 엄청난 산업 발전과 경제적 부흥이 이뤄졌으며, 21세기에는 한국과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의 산업 발전으로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소위 ‘G20’이 형성됐다. 이와 동시에 이 국가들은 최근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의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들로 지목되고 있다. 유럽과 북미,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 배출량의 90%(2020년 기준)가 넘는다.

정작 지구온난화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거나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은 따로 있다. 아프리카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불과 2.8%에 그치지만 정작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인 가뭄, 홍수 등과 온도상승으로 인한 난민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위협은 해당 지역의 산업 기반 투자를 더욱 어렵게 해 가난의 문제가 극복되지 않고 재원 부족으로 피해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기후 불평등 (Climate Inequality) 또는 기후 정의 (Climate Justice)라고 한다. 최근 이들 국가가 그동안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을 어떻게 할지 세계 각국이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막상 그 실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돈’으로 이를 보상한다고 할 때 보상 금액에 대한 논란과 앞으로도 예상되는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는 난제가 있다. 문제 유발 국가 간에 어떻게 책임을 배분할 것인가도 복잡한 문제다.

기후정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 유발자와 피해자 사이에 단순한 금전적 보상의 문제로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문제 해결자’의 개입과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다. 일부 글로벌 제약 기업은 아프리카 현지 투자를 통해 현지에서의 백신과 약품 공급을 원활하면서 현지의 고용 창출을 실현하고 있다. 아울러 현지 공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탄소배출도 저감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이렇게 다양한 목적을 동시에 충족하는 방식의 기업 투자 솔루션이 ‘문제 해결자’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는 탄소배출을 저감하기 위한 ‘기후 테크’에 대한 투자도 대부분 기존의 선진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미 추진되고 있는 대부분의 대규모 탄소 포집·저장(CCS) 프로젝트들은 북미와 유럽 지역 등에 편중돼 있다. 기존의 산업단지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수송 파이프라인에 대한 인프라 관리 등 프로젝트 통제를 위해서는 기존 국가가 자국에서 직접 수행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및 수소산업 인프라도 경제성 측면에서 선진국 지역에 건설하는 것이 더 낫다.

이번 COP27에서는 기후금융 (Cliamte Finance)에 대한 어젠다도 논의된다. 문제 유발자인 국가들은 이러한 국제적인 자금을 모으는 데 반드시 참여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이 자금을 얼마나 어디에 쓸 것인가는 여전히 국제적 고민이 될 것이다. 피해국가들을 직접 보상해야 하기도 하고, 기후테크를 지원하기도 해야 하는 등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이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이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불가피하게 우선 순위를 정하고 선택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좀 더 냉정하게 보면, 과거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보상하거나 피해자를 지원하는 문제도 중요할 수 있으나, 더욱 시급한 것은 ‘미래의 문제 해결’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더 큰 피해와 재앙을 막는 것이다.

오준환 SK사회적가치연구원 SV측정센터장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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