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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무직 고위 공직자, 참사의 도덕적·정치적 책임은 당연

윤석열 대통령이 정무직 고위 공직자의 정치적 책임을 처음 언급했다. 10일 참모들에게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지금은 국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번 사태의 원인과 법적 책임을 규명하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그런 뒤 필요하다면 정무적 책임도 따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 등 정부 고위직에 대한 문책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정무적 책임’을 언급한 것은 참사의 직접적 원인과 법적 책임규명 후 경찰 사무를 감독하는 행안부 장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정치는 우리 사회를 뒤흔든 사건·사고가 불거질 때마다 희생양을 찾곤 했다. 주로 현장의 실무자들이 표적이 되기 싶다. 실제로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수사에 나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서울 용산경찰서·용산구청·용산소방서 기관장 및 직원에 수사력을 집중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직무유기,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특히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참사 당일 비번인데도 근무를 자원했고 경찰서장이나 구청장보다 훨씬 앞서 현장을 수습했는데도 피의자로 입건되면서 ‘책임 전가 꼬리 자르기’라는 여론의 매서운 질타를 받고 있다.

특수본은 반면 참사 발생 열흘이 넘도록 행정안전부와 서울시는 압수수색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특수본의 보고를 받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국회 답변으로 ‘셀프 수사’ 비판도 크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181명이 참여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가 10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장 실무자에 대한 수사와 병행해 대통령 국정상황실, 행안부 장관 등 경찰과 소방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에 대한 책임규명이 함께 가야 실체적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야당의 주장을 쉽사리 반박하기 어렵다.

국민적 애도가 이어지는 대참사가 발생하면 총리나 주무 장관 등 정무직 고위 공직자는 사퇴 의사를 밝히고 대통령은 수습과 원인규명이 먼저라며 거취는 추후 판단하겠다고 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졌다. 법적 책임에 앞서 수많은 꽃다운 생명을 지켜내지 못한 도의적·정치적 책임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를 불가항력적 사고라며 책임을 회피한 장관을 감싸다 이제야 정무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한다.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책임은 권한에 비례해야 한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 정비에 소홀해 예방과 대처에 실패한 고위 공직자의 책임을 더 무겁게 물어야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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