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선거를 통한 국민의 선택은 절묘하다.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한 메시지를 선거 결과로 보여준다.
상원 100석 중 35석, 하원 435석 전부, 주지사 36명을 뽑는 미국 중간선거는 역사적으로 현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9일 치러진 미 중간선거 결과는 공화당의 신승이다. 상원은 다음달 6일 결선투표에 나설 조지아주까지 봐야 과반 50석 여부가 결정될 만큼 박빙이고, 하원은 435개 의석 중 공화당 220석, 민주당 215석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은 4년 만에 다수당이 됐지만 정책을 뒤집을 만큼의 절대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상하원 모두 다수당이 되리라던 애초 공화당 압승 예상은 빗나갔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미국민의 중간평가는 ‘경고’였다. 미국민은 민주주의 회복과 여성 낙태권 인정 등 민주당의 선거 주제보다 고물가와 고금리를 야기한 경제운용 실패를 공격한 공화당에 더 많은 표를 줬다. 민주당에 책임은 물었지만 손발을 묶지는 않았다. 변화는 원하지만 혼란은 피하고 싶다는 결정이다. 트럼프의 ‘레드 웨이브’가 폭풍이 아닌 미풍에 그친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의 선거는 글로벌 관심사다. 정책 영향이 전 세계에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눈여겨 분석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는 당파를 초월한다. 시진핑 영구 집권의 막을 연 중국과의 무역갈등은 해소될 기미조차 없다. 기술패권 문제도 전망은 심화되는 쪽이다. 공화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반대한다지만 수정안을 내놓아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뻔해 기대는 금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읽는 일이다. 미국민에게도 머리로 생각하는 가치보다 입으로 들어가는 민생이 먼저였다. 언제나 경제가 관건이란 얘기다. 우리도 하나 다를 게 없다. 윤석열 정부가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우리의 상황은 미국보다 좋지 않다. 물가를 잡기 위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과다한 가계부채 때문에 고금리의 부담은 더 크다.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7%를 넘어서면서 자신의 소득에서 세금을 차감하면 원리금도 갚지 못하는 취약대출자가 120만명에 이를 것이란 금융감독원의 분석이 나올 정도다. ‘돈맥경화’로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린 기업들은 은행 대출에 목을 매고 5% 넘는 금리로 기업어음(CP)을 발행한다.
인플레는 전 정부의 책임이라는 주장은 의미 없다. 정권이 달라져도 민생은 이어진다. 경제에서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정치는 무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