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거듭된 사과와 함께 엄정한 문책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7일 “유가족과 국민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우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진상규명이 철저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어 “그 결과에 따라 엄정히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안전에 관한 한 국가는 무한 책임이 있다. 이태원 참사로 사망 156명 등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철저한 조사는 물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은 기본이다. 그래야 반면교사를 삼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공언이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져야 하는 이유다. 모든 국민이 매의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엄정한 문책은 정확한 진상규명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찰 특수수사본부의 수사가 한 점 의혹 없이 이뤄져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고 있는 경찰의 행태는 충격을 넘어 참담할 지경이다. 참사 당일 이태원 지역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에는 대규모 인파로 인한 안전 사고가 우려된다는 요지의 보고서가 작성됐다고 한다. 그런데 보고서 파일이 사고 이후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아예 보고서 작성이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회유 정황까지 있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범죄를 막아야 할 경찰이 되레 증거인멸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수사본부가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우선 다행이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경찰이 경찰을 수사한다는 ‘셀프 수사’라는 불신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제 식구 목에 칼을 대야 하는데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경찰 수뇌부의 지휘통제 실패 규명은 더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번 참사로 경찰의 무능과 안일은 백일하에 드러났다.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려면 이보다 더한 경찰 내부의 은밀한 치부를 밝혀내야 한다. 수사가 이를 넘어서지 못하면 경찰에 대한 신뢰는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되고 말 것이다.
경찰의 수사가 미진하면 결국 국회의 국정조사와 특검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정치 이슈로의 부각이 불가피해지고 여야 간 끝없는 정쟁으로 국정은 더 큰 혼란으로 빠져들 것이다. 윤 대통령이 수사팀에 더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수사본부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과 진실만 바라보고 의연하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사 결과에 따른 신속하고 엄정한 조치다. ‘꼬리자르기’로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거대한 국민적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