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애도기간이 6일로 종료됐다. 물난리도, 테러도, 건물 붕괴도 아닌 군중 밀집 사고로 156명의 청춘이 스러져간 초유의 사태에 우리 사회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인파가 몰리는 축제가 한순간에 참사로 바뀔 수 있다는 비극을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기에 더욱 생경한 슬픔에 젖어야 했다. ‘이전에도 별일 없었으니 앞으로도 괜찮겠지’ 하는 방심을 너나 할 것 없이 가졌기에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이는 없다. 한 주간의 국가애도기간이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된 이유일 것이다.
나라가 설정한 애도기간은 끝났지만 꽃다운 생명을 한꺼번에 잃은 슬픔이 쉬이 가실 리 없다. 참사 현장과 가까운 녹사평역 광장 합동 분향소에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추모 열기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다짐일 것이다. 그러려면 진상조사를 통한 책임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굳이 국민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가 있을 수 있는 극도의 혼잡 등 위험한 사태에 경찰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공권력의 기본적 책무다. 지자체와 경찰의 사전 대비는 물론 사후 대처에도 무능했다는 정황이 속속 들어나고 있는 만큼 1차적 책임의 소재는 엄중히 밝혀져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인파 사고에 대처할 위기관리 시스템를 세워야 한다. 우리 보다 앞서 이런 과정을 겪은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참조해 우리 현실에 맞게 제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7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참사 관련 주무 부처 기관장들과 오세훈 서울시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불러 참사의 발생 원인과 이후 대처의 적절성을 따지기 위한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무엇보다 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책임이 무겁다. 비극적 사태를 정치공세의 장으로 삼아 정권에 일대 타격을 입히려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어야 할 것이다. 안 그래도 이번 참사를 정권 퇴진 촛불정국으로 몰고 가려는 극단적 세력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를 방조·조장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다.
종교계 행사에서 이미 여러 차례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야당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참사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진정한 사과는 근본적 대책을 세울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