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국가의 책무다. 국민은 언제 어디서든 ‘안전’을 보장받아야 하며 국가는 어떤 이유로도 이를 방기해서는 안 된다. 그 범위는 그야말로 무한이다. 핼러윈 축제를 맞은 지난달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대규모 안전 사고가 발생해 155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었고, 온 나라가 비탄과 슬픔에 잠겨 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두말할 것 없이 이번 참사는 ‘인재(人災)’다. 사전에 조금만 더 대비하는 안전의식을 가졌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핼러윈 축제는 주최자가 없고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자발적 행사인 것은 맞다. 그렇더라도 안전에 관한 책임은 전적으로 해당 지자체, 나아가 국가에 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합동 조사단의 정밀 조사가 끝나면 보다 정확히 밝혀지겠지만 참사의 원인 짐작은 어렵지 않다. 엄청난 인파가 좁은 골목으로 밀려들어 동선이 엉키면서 무더기로 넘어지는 바람에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 5명을 초과하면 스스로 몸을 가누기 어려워 사고 발생의 위험이 매우 크다고 한다. 이날 참사 현장은 ㎡당 16명가량이 몰렸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도 인파를 분산하거나 차량통제와 인도 확보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더 어처구니없고 한심한 것은 치안당국의 해명이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 행사라 교통 등을 통제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3년 만에 열리는 행사라 많은 사람이 몰려들 것은 충분히 예상되고 있었고 그 징후도 있었다. 당국의 해명은 안전 대비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은 주최자가 있든 없든, 공식 행사든 아니든 가리지 않는다. 사람이 모여들고 안전 사고가 예상되면 경찰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즉각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 더욱이 세계 최강이라는 정보기술(IT)과 골목골목 설치된 CCTV를 활용하면 사고 위험 감지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이태원 참사는 국가의 기본적인 안전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인 셈이다.
출근길 지하철 환승역사 계단, 인파가 몰리는 공연장과 유명 축제 현장 등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우리 주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국가 안전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고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의식이다. 안전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를 갖췄어도 안전의식이 따라오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국민은 누구나 안전한 나라에서 살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