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해밀톤호텔 옆 폭 3~4m 골목길에서 수천명이 연쇄적으로 엉켜 154명이 압사하고 132명이 다치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 외국인 사망자도 26명으로, 국내 사건사고 중 가장 많았다. 지난 2014년 304명이 숨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규모 인명사고였다. 세월호 때는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10대 꽃봉오리들이 스러져갔는데 이번에는 생때같은 20대 청년들이 집중 희생돼 안타까움을 더한다. 참척의 고통을 짊어진 유족을 위로하고 이들이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 할 때다.
이번 사고가 부끄럽고 참담한 것은 물난리가 난 것도, 건물과 다리가 무너진 것도, 불이 난 것도, 배가 가라앉은 것도, 테러가 터진 것도 아닌데 서울 한복판에서 300명 가까운 사상자를 냈다는 것이다. 태풍 사라(1959년), 와우아파트 붕괴(1970), 성수대교 붕괴(1994), 삼풍백화점 붕괴(1995)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다.
산더미 같은 인파가 몰리면서 일어나는 압사 사고는 보통 후진국에서 일어나거나 종교적 갈등이 첨예한 나라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이라크에서는 프로축구 경기장 압사 사고로 각각 132명과 126명이 숨지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슬람 순례자 2400여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우리나라도 1959년 부산공설운동장에서 시민위안잔치 관중이 소나기를 피해 출입구로 몰리면서 67명이 숨졌다. 그러나 압사 사고는 후진국·선진국을 가리지 않은 지 오래됐다. 선진국에서도 스포츠경기나 대규모 축제 중 종종 발생한다. 2003년 미국 나이트클럽에선 계단 출구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21명이 숨졌다. 국내에서도 2014년 판교 참사로 16명이 숨지는 등 인파 사고가 빈발한다.
이번 참사는 뚜렷한 주최 측이 없었고, 충분한 현장관리가 이뤄지지 못한, 자발적인 길거리축제였으며 좁은 골목의 구조적 취약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최자가 없으면 안전계획도 허술해지는 맹점이 드러난 것이다. 반면 일본 도쿄는 이태원 못지않은 핼러윈 축제인파가 몰렸지만 별다른 사고 없이 지나갔다. 지난 2001년 압사 사고(11명 사망)를 계기로 경찰이 직접 지휘차에 올라가 현장을 통제하는 등 안전 조치를 크게 강화한 게 주효했다. 우리도 경찰이 2∼3주 전 이태원 지구촌축제처럼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사람들도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게 했다면 대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번 참사를 부끄럽게 여기고 인재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에 합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