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은 한국 경제가 확실하게 경기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워낙 지표들이 뚜렷하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
9월 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7월(-0.2%), 8월(-0.1%)에 이어 내리 석 달 감소다. 그나마 괜찮던 서비스업 생산까지 마이너스다. 9월 초 태풍 ‘힌남노’의 영향이 크다지만 추석 명절특수를 고려하면 심상치 않다. 소비 역시 3월(-0.7%)부터 7월(-0.4%)까지 5개월 연속으로 감소 후 8월 깜짝 반등했다가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심지어 1.8%로 감소폭이 커졌다. 투자는 반도체 제조설비 등 기계류 투자가 줄면서 전월보다 2.4% 감소했다.
결국 경기를 돌리는 세 축인 생산, 소비, 투자가 동시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가 또다시 재연됐다. 트리플 감소는 경기 위축의 가장 확실한 지표다. 경제위기 때마다 나타나는 이유다. 2020년 2월은 코로나19의 충격이 실물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미쳤던 시기다. 그때 트리플 감소가 나타났다. 이후 들쭉날쭉 회복기를 이어오더니 올 들어 지난 4월 무려 26개월 만에 또 출현했다. 그후 7월에도, 9월에도 수시로 나타난다. 이젠 거의 일상이다.
지난해 워낙 강했던 코로나 회복기의 기저효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99.2로, 3개월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 앞으로도 수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통계청마저 백브리핑 대목마다 불확실성을 강조할 정도다.
한국은행이 최근 집계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로, 애초 예상을 웃돌았다지만 10월부터 시작되는 4분기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그걸 9월의 지표들이 강하게 표시한다. 게다가 나는 수입에 기는 수출이다. 금융시장에선 돈줄이 마르는 위기 신호가 수시로 울린다.
그런 와중에 물가 상승세는 5~6%의 고공 행진을 멈출 기미조차 없다. 경기 하락과 물가 상승이 겹쳐 나타나는 게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인플레보다 나쁘다는 바로 그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경기침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깊고 길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대립, 공급망 차질 등 워낙 복합적이고 당분간 해결 기미조차 없는 요인들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 개인들까지 최악의 시나리오로 대비해야 한다.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각 경제 주체가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인식하는 게 먼저다. 그후에 지출은 최대한 막고 수입은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모든 대책의 중심은 버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