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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고유가 시대, 에너지 절약은 미덕 아닌 생존의 문제

지난 5일 석유수출산유국 협의체(OPEC+)의 역대급 감산(11월부터 하루 200만배럴)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다시 요동친다. 세계 원유 하루 생산량의 2%에 달하는 감산이 결정되자 지난 6월 배럴당 120달러를 오가다 3개월 만에 80달러까지 떨어졌던 원유 가격(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은 다시 며칠 만에 90달러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국제 원유 가격의 상승과 하락은 수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경기와 맞물려 돌아간다. 산유국들도 거기에 맞춰 증산과 감산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의 최대 변수는 코로나였지만 지금은 인플레다. 코로나 이후 경기회복 기대가 1년 만에 고물가 방어용 긴축에 따른 침체 우려로 바뀌었다. OPEC+의 감산 합의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원유 감산에 이은 유가상승과 그로 인해 커지는 인플레 압력은 금리인상의 긴축을 부르고 경기하강으로 이어진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앞으로도 국제유가의 들쭉날쭉 요동은 피할 수 없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는 그때마다 냉온탕을 오가는 신세다.

국제유가의 등락을 완충시킬 구조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그 첫 번째 출발점이 에너지 절약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걸 무시하다시피 해왔다. 심지어 1인당 전기사용량이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인 에너지 과소비국이다. 기름값이 천장을 찌르던 올 상반기 여러 선진국은 전기사용량이 다 줄었는데 우리만 늘어났다.

지금은 50여년 전 1, 2차 오일 쇼크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당시는 석유만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천연가스, 석탄, 원자력까지 모든 에너지 쇼크가 얽혀 있다. 에너지 위기라고까지 부르는 이유다.

에너지 절약은 일석삼조다. 가계와 기업의 비용이 절감되는 건 당연한 일이고 무역수지 개선에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효과도 나타난다. “전력 소비를 10% 줄이면 연간 에너지 수입액이 15조원 감소하고, 무역수지 적자도 60%가량 개선된다”는 게 한전의 주장이다. 지난 8월 말까지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입 규모가 1200억달러를 넘었으니 과장된 말도 아니다.

이번 겨울은 에너지 절약의 분수령이다. 한 해 소비되는 도시가스의 40% 이상이 주택난방용이고 그 중 80% 이상은 11~2월의 동절기에 사용된다. 전기까지 포함하면 에너지 집중도는 더 높다.

마침 정부도 올겨울 에너지 사용량의 10% 절감을 목표로 ‘범국민 에너지 절약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공무원 공공기관의 면피성 행정이어선 안 된다. 국민적 공감과 참여가 필수다. 이제 에너지 절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생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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