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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매물잠김 푸는 정상화 단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었으므로 새삼스럽지 않다. 다주택·고가 주택자의 보유세는 강화하되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거래세 부담은 줄이는 게 주요 선진국의 부동산 세제 방향이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시장에 출회되는 매물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집을 갖고 있기도, 팔기도 어렵게 만들어 매물잠김에 따른 집값 불안정을 불러온 부동산 세정의 왜곡을 정상화하는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정부는 앞서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했지만 거래가뭄과 매물잠김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수혜 대상이 1주택자여서 기존 보유 주택을 팔고 다른 주택을 새로 취득하는 것이라 전체 주택 공급량은 그대로인 까닭이다. 지난해 기준 다주택자가 232만명이다. 결국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아야 실질적 공급 확대로 인한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1주택자는 2002년 공시가격을 적용받아 올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다소 덜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다주택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해마다 두 자릿수로 과속 인상된 공시가격 탓에 서울 웬만한 곳은 억대 보유세를 떠안은 곳이 흔하다. 다주택자 중과가 유예되면 최고 세율이 75%(지방세 포함 시 82.5%)에서 45%로 떨어지게 돼 이참에 보유세 부담을 줄이려 출구를 찾는 매물이 늘어날 것이다. 임대차시장 상황을 고려해도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전세 물건이 나오는데 새로 임대차계약을 맺으면 앞으로 4년간 매도하지 못해 지금이 매도를 유도하기에 적기다. 다만 다주택자들이 소위 ‘똘똘한 한 채’는 보유하고 수요가 많지 않은 하급지 매물만 내놓을 수 있다. 수도권 등 핵심 지역 매물을 먼저 매각하면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봄 직하다. 또 매각시기별로 차등을 둬서 빨리 내놓는 사람들이 더 큰 이득을 보게 하는 인센티브제도 검토할 만하다.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도 가능해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견제를 받지않고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다.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도 이미 동의한 사항이고, 민주당도 이달 당론으로 추진한다니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늦출 이유가 없다. 다주택자 매물 출회는 재건축·재개발이나 신도시 개발보다 즉각적인 공급효과를 볼 수 있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새 정부는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의 시장 효과를 면밀히 살펴 자칫 ‘부자감세’ 논란이 재연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징벌적 세제도 문제지만 특혜성 논란은 더 큰 사회갈등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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