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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어머니’ 고 배은심여사 추모 물결
10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조문 이어져
배은심 여사의 별세 이틀째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재계 등 각계 각층의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이자 일생을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배은심 여사의 별세 이틀째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재계 등 각계 각층의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10일 오전부터 빈소가 차려진 광주시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은 조문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조문객들은 1987년 6월 민주 항쟁의 마중물이 된 이 열사의 어머니이자 아들의 뜻을 이어 민주 투쟁 현장을 지켰던 배 여사를 떠올리며 묵념에 잠겼다.

실제 장례식장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입구부터 헤아릴 수 없는 조화와 조기가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518민주화 단체를 비롯해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전태일재단, 한국노총, 연세대 등이 고인이 잠든 장례식장을 지켜주는 듯 했다. 취재열기도 후끈했다. 현장에서는 20여명의 취재진들이 조문객과 현장 분위기를 전달했다.

빈소에 들어선 조문객들은 영정을 지긋이 바라보거나 숙연한 표정으로 헌화·분향했다. 조문객들은 저마다 고인과의 인연 등을 회상하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조문객들은 저마다 고인과의 인연 등을 회상하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1970년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스스로 분신, 전태일 열사의 친동생 전태삼씨도 홀로 빈소를 찾아 추모의 뜻을 밝히며 민주·노동 투쟁 현장에서 함께 싸운 고인과의 추억을 회고했다.

1987년 6월 항쟁을 그린 영화 ‘1987’의 메가폰을 잡은 장준환 감독도 전날 조문한 배우 강동원에 이어 조문 발걸음을 했다. 제주도에 머물고 있던 장 감독은 전날 별세 소식을 듣고 조문을 결정,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아 추모했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5·18 유공자단체, 5·18기념재단,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도 빈소를 찾아 배 여사의 헌신을 기렸다.

송선태 5·18진상규명조사위원장은 “민주화 운동을 하는 모든 분들께 힘과 용기를 주셨던 분이신데 갑자기 떠나 한없이 슬프고 괴롭다” 면서 “좋은 곳에서 영면하시길 바란다. 남은 사람들이 어머님의 못다한 과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5·18유족회장은 “배 여사가 5·18 유족들과 한 마음 한 뜻으로 함께 해왔는데 비보를 듣게 돼 안타깝다” 며 “망월동 옛 묘역에서 배 여사와 함께 이 열사를 보내던 날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고 명복을 빌었다.

종교계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각계각층에서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조화를 보내왔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김희중 대주교는 유족들에게 “우리나라 민주화가 민주 열사들의 피와 땀이 모여 우뚝 설 수 있게 됐다” 며 “아들이 그토록 어머니 또한 바랐던 우리나라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반도 평화와 우리 민족의 진흥을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서 기도해주시고 함께 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위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대신해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권은희 원내대표도 조문을 마쳤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도 오후 4시께 빈소를 찾아 헌화·분향한 뒤 고개를 숙였다.

배 여사는 지난 3일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8일 퇴원했다. 이후 다시 쓰러져 전날 오전 5시 28분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숨졌다.

이한열 열사와 배은심 여사의 숭고한 민주정신과 헌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서인주 기자

배 여사는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 아들인 이 열사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지자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해 대학생·노동자·농민 등의 민주화 시위·집회 현장에 앞장섰다.

평생을 민주화에 헌신한 배 여사의 장례식은 시민사회단체 주관으로 ‘민주의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장례는 전날부터 사흘 간 진행된다. 오는 11일 오전 9시 발인해 망월동 8묘역에 안장된다.

발인에 앞서 이날 오후 7시 장례식장에서는 고인의 삶과 민주화 투쟁 과정을 조명하는 ‘추도의 밤’이 펼쳐진다.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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