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확한 정책결정 Fed 신뢰잃어
부채한도 둘러싼 정치권 줄다리기
美 재정정책도 사면초가 상태
회복세 접어들었던 유럽
獨 연정구성 최대변수로 부상
세계 경제가 또다시 안갯속에 휩싸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을 깨고 양적 완화를 지속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미 의회의 예산 전쟁, 여기에 독일의 연정 구성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미국과 유럽발(發)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대해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22일(현지시간) “세계 경제가 Fed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느린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월가와 학계 거물들은 Fed의 ‘테이퍼링’ 연기가 잘못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ㆍ유럽, 또 세계 경제 발목=미국은 경제 정책의 양대 축인 통화ㆍ재정 정책에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전(前) 회장은 “Fed의 양적 완화 유지 결정은 선제 안내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혔다”며 “Fed가 이번 결정으로 통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업률의 중요성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또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마틴 펠트슈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23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Fed가 정상적인 통화 정책으로 복귀하는 것을 늦춘 것이 잘못”이라며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테이퍼링을 시작하기 힘들도록 스스로 덫을 놓은 꼴이 됐다”고 일갈했다.
미국의 재정 정책은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으로 사면초가 상태다. 여당 민주당은 무조건적 부채 증액안 통과를 주장하는 반면 야당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의 의료 개혁 예산 축소를 조건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국가 신용 등급 추락이라는 극단의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
간신히 회복세에 접어든 유럽은 독일의 연정 구성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3선 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연정을 구성하는 데에만 2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르무트 마이어 옥스포드대 정치학 교수는 “총리는 같겠지만 다른 (정부) 구성은 차이점을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이퍼링 시점 언제?=테이퍼링에 대한 예고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Fed 내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0월 축소론’에 불을 지폈다. 불러드 총재는 20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바꿔줄 만한 지표가 일부 나와준다면 10월 회의에서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소규모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9월 양적 완화 유지 결정은 “매우 근소한 차이의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양적 완화 축소는 일러야 12월”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2월 카드가 유력시되는 이유는 ▷10월 29~30일에 열리는 차기 FOMC에서 벤 버냉키 의장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지 않고 11월 FOMC는 없으며 ▷10월은 미국 재정 문제와 차기 Fed 의장 지명 일정이 겹쳐 정치적 부담이 큰 데다 ▷버냉키 의장이 9월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정해진 시간표는 없지만 Fed 예상대로라면 연내에 (양적 완화 축소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미국 재정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에 대한 시장의 잠재적 우려가 있다”며 “이르면 12월, 재정 불확실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에야 양적 완화 축소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