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압도 정치력도 대처와 닮은꼴
EU의사결정 적극적인 메르켈
유럽통합 반발했던 대처와 달라
3선 연임이 확정된 독일 최초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역시 3기 연임한 영국 최초 여성총리 마거릿 대처와 닮은 듯 다른 꼴이다.
두 여성 모두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결국 최초의 여성 국가지도자 자리에 올랐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각각 최초의 여성 총리에 등극했을 뿐 아니라 3선에 성공한 점도 유사한 모습이다.
‘철의 여성’ 대처에 이어 메르켈도 ‘독일판 철의 여성’이라고 불리는 등 재임기간에 남성 못지않은 강인한 정치적 역량을 보여줬다는 점도 공통 분모다. 끈기와 결단력으로 권력 쟁취에 성공한 우파 정치인이라는 점 역시 닮은 모습이다.
그러나 대처 전 총리가 비타협 강경 노선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면 메르켈 총리는 통일 독일의 화합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것은 다른 점이다. 또한 유럽 통합에 강력히 반발한 대처와 달리 현재 유럽연합(EU)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메르켈의 모습은 극명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시골 작은 교회 목사의 딸인 메르켈 총리는 1990년대 여러 장관직을 거쳐 2000년 4월 보수적인 기독민주당(기민당)의 첫 여성 당수가 됐다. 자신을 정치적 양녀라고 불렀던 헬무트 콜 전 총리가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되자 그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강인함을 보이기도 했다. 2008년 유럽 경제 위기에 침착하게 대처해 독일뿐 아니라 유럽의 미래를 이끄는 지도자로 거듭났다.
지난 4월 숨진 대처 전 총리는 식료품 가게의 딸로 자라나 1979년 영국 최초 여성 총리가 됐다.
총리로서 만성적인 파업과 높은 실업률, 인플레이션, 부진한 경제 성장 등 ‘영국병’을 고치는데 앞장섰다.
민간의 자율적 경제활동을 중시하는 ‘대처리즘’으로 경제 부흥을 이끌었고 1982년에는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전쟁을 불사, 승리했으며 미국과 함께 냉전 종식의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1983년과 1987년 실시된 총선에서 보수당이 연거푸 승리해 3기를 연임하면서 영국 사상 최장기 집권 총리가 됐으며 전 세계 여성 지도자의 대명사가 됐다.
한편, 1981년 41세의 나이로 최연소 및 최초 여성 총리에 올라 3선에 연임한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 노르웨이 총리, 지난 9일 노르웨이 두 번째 여성 총리에 오른 ‘노르웨이 철녀’ 에르나 솔베르그, 2000~2012년 핀란드 대통령을 역임한 타르야 할로넨, 차기 프랑스 대선주자 물망에 오르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이 대처와 메르켈에 이어 여성 정치인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