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사회를 맹렬히 비판해온 아프리카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최근 서구 국가와의 관계 개선 용의를 내비쳤다.
18일(현지시간) 짐바브웨 국영 일간지 더헤럴드 인터넷판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은 17일 수도 하라레에서 열린 국회 개원식 연설에서 “그 동안 반목관계에 있던 국가를 포함한 국제사회와 협력할 용의가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일부 오만한 서구 국가들에 의한 제재들이 즉각적으로, 무조건 폐기되기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무가베 대통령은 올해 89세로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령 장기집권자이다. 지난 7월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변화운동의 모건 창기라이 전 총리를 누르고 다시 집권했다. 지난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33년 동안 집권을 이어온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부정 선거를 치렀다는 의혹이 일어, 서구 사회가 여행금지, 자산동결 등의 제재를 취해왔다. 지난 7월 선거도 부정으로 치러졌다는 의혹이 있어, 이날 국회개원식에도 야당 의원들은 전면 불참했다.
끊이지 않는 부정 시비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짐바브웨의 국영 다이아몬드 광산회사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02년부터 인권 탄압을 이유로 무가베 대통령을 포함한 112명과 11개 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해왔다. 그러나 EU는 최근 짐바브웨의 민주화 노력을 인정한다는 이유로 일부 제재를 해제하기로 논의해왔다. 그 결과 지난 7월 선거 과정을 지켜본 후, 27명과 2개 기업에 대한 제재를 삭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 7월 선거 역시 공정성에 의혹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대선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져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마이클 만 대변인은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짐바브웨광산개발회사(ZMDC)가 선거 과정의 폭력 사태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없다”라며 제재를 해제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ZMDC는 무가베 정권의 ‘돈줄’역할을 하고 있어, 부정선거를 알면서도 짐바브웨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ZMDC가 위치한 짐바브웨 서부 마랑게 지역의 다이아몬드 광산들이 무가베가 이끄는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연맹-애국전선(ZANU-PF)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광산에서는 어린 소년들까지 다이아몬드 채굴 현장에 투입해 가혹한 노동을 강요해왔다. 이 다이아몬드 거래를 통해 얻어진 돈은 아프리카 군벌의 내전 자금으로 쓰이고 있다. 이는 짐바브웨의 다이아몬드에 대해 ‘피 묻은 다이아몬드(Bloody Diamond)’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EU가 짐바브웨의 다이아몬드 수입을 허용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총선과 대선을 실시하는 등 짐바브웨가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이아몬드 가공 산업의 비중이 높은 벨기에가 다이아몬드 원석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EU 회원국들을 설득한 덕분이라고 알려져있다.
EU가 짐바브웨의 ‘피 묻은 다이아몬드’ 수입을 허용하면서 무가베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의 돈줄은 한층 더 탄탄해 질 전망이다. 무가베 대통령은 국회 개원식 연설에서도 “광업부문이 국가 발전에 있어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며 “광물자원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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