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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오바마는 왜 옐런을 싫어했을까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내년 1월 임기를 마치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차기주자로 유력시되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결국 중도 하차했다.

올가을 서머스 지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기에 서머스의 하차는 오바마의 제안을 받은 서머스가 끝내 고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머스의 고사 배경에는 험준한 의회 인준 절차가 크게 작용했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서머스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고 있었고, 공화당은 아예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서머스 지명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였다.

민주당 상원 의원 3명이 서머스 반대 입장을 보였다. 3명은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으로 서머스의 의회 인준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뿐만 아니다. 학계와 시장에서도 서머스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자넷 옐런

앞서 조지프 스티클리츠 등 경제학자 350명은 서머스는 안 된다는 서한을 백악관에 전달한 바 있다.

시장은 서머스가 연준 의장이 되면 양적완화 축소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한 서머스는 월가와 유착 관계라는 점, 성차별 언동 등으로 이미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차였다.

반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서머스를 집요하게 주장해왔다.

▶서머스 선호한 오바마=하버드대 총장 출신인 서머스는 클런턴 시절 재무장관을 역임한 데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자문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5년여 간 우여곡절 끝에 미 경제가 정상궤도 진입 신호를 보이는 최근 들어 서머스에 대한 오바마의 신뢰는 더욱 공고해졌다. 이 과정에서 친분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서머스는 하버드대 총장 출신으로, 21세기 들어 하버드대의 내부 개혁을 주도하는 등 하버드대생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인정되는 업적을 이룬 사람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하버드대 법대 출신인 점도 작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바마가 이런저런 이유로 서머스와 친분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정책 면에서 서머스와 옐런의 차이점이 크지 않다면 친분이 있는 서머스가 낙점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백악관은 많은 여성들이 기대하는 최초의 여성 FRB 의장 탄생 이슈는 부차적인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FRB 의장 자리에 여성의장을 지명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라는 것. 정말 세계 경제 성장을 제대로 이끌 인재를 지명하겠다는 고집으로 해석된다.

▶왜 옐런은 안 될까?=지난달 20일(현지시간)자 워싱턴포스트(WP)는 옐런이 안 되는 이유를 백악관 경제정책 담당자들 말을 인용, 소개했다.

옐런과 실무를 경험해 본 백악관 실무진들의 평에 따르면 옐런의 지성, 근면, 리더십 등의 요소는 모두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오바마 측근들에겐 생소한 방식의 업무처리 방식이 문제점이라면 문제로 거론됐다.

앞서 연준 부의장을 지낸 옐런의 전임자들과 비교한다면 옐런은 자기 생각이 더 강했다.

전임 부의장인 로저 퍼거슨이나 도널드 콘은 의장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에 치중했다면, 옐런은 의장을 보조하는 업무를 떠나 자신이 하나의 의사결정자로서 역할했다는 것이다. 즉, 의장이나 다른 정책결정자들에게 자신의 안목과 결정을 따르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오바마 정책팀이 중시하는 팀 스피릿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또한 그녀의 업무방식은 상당히 정제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어 하나도 세심하게 고른다. 그녀가 중요 회의에서 하는 발언은 미리 정리된 대본을 읽는 방식으로 전달된다. 오바마 팀의 업무방식은 정신없고 분주하게 진행되는 반면 옐런의 업무방식은 체계적이라는 점도 다른 점이다.

오바마가 금융 버블에 대해 질색하고 이를 연준 의장이 완전히 해결해주기를 바라는데 옐런이 이에 대한 속시원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점도 껄끄러운 부분이다. 옐런은 지난 3월 연설에서 “연준의 양적완화로 인한 잠재적 금융 버블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발언해 오히려 오바마를 더 초조하게 했다는 전언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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