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5일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5년. 전세계를 휩쓸었던 금융위기에 맞서 전략짜기에 분주했던 투자자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전례없는 유동성 파고 속에 두둑한 실적을 올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6일 “세계 주가 동향을 나타내는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네셔널(MSCI)의 세계주가지수가 지난 11일 5년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금융위기 직전보다 20%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 40%이상 하락한 것에서 수직 상승한 것이다.
그동안 MSCI지수는 미국의 대대적 양적완화와 중국의 4조위안(약71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부양책으로 반등하기 시작해 2010년 11월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듬해 유럽 재정위기로 다소 주춤했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불안이 진정되고 미국의 경제회복이 탄력을 받으면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가별 주가 회복력에는 격차가 눈에 띈다. 한국과 독일, 미국이 30% 이상 오름세를 보인 반면, 재정위기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마이너스로 하락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양적완화 축소가 임박하면서 그동안 외면해 온 금융주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간스탠리의 주가는 올들어 47% 뛰었고, 메트라이프와 푸르덴셜금융그룹 주가도 40%이상 올랐다.
또 금융부문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뮤추얼펀드에 흘러든 돈은 지난 3개월간 53억달러(5조7558억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간의 암흑 시절이 지나고 투자자들이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은행이나 보험사들의 마진률이 높아질 것을 겨낭해 금융주로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증시는 아베노믹스(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18% 상승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과잉투자와 그림자 금융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중국은 10% 상승을 밑돌아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또 브라질 등 신흥국도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 우려로 인한 자금 이탈이 현실화하면서 그동안의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한편, 금융위기 탈출을 주도했던 미국, 일본, 영국, 유럽 4대 중앙은행의 자산규모는 9조4000억달러로 불어났다. 이는 위기 전보다 2.2배 증가한 것이다. 민간에서 채권을 매입하는 대신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채택한 탓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16개 금융기관이 보유한 고위험 자산은 지난 6월 말 4716억달러(약 512조4000억원)로, 5년 전 1조2047억달러에 비해 절반이상(61%) 감소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