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났지만, 국민들 간 빈부 격차는 지난 1929년 대공황 수준을 넘어 사상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미국 버클리대 에마누엘 사에즈 교수가 미국 국세청(IRS) 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체 가계소득에서 상위 1% 부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공황 직전 수준인 20%를 넘어 22.5%에 달했다. 전체 소득에서 상위 1%의 비중이 19.7%였던 지난 2011년보다 2.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또 상위 10% 부자가 전체 가계소득의 50.4%를 가져간 것으로 드러나, IRS 자료집계가 시작된 지난 191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대공황은 물론 지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보다도 웃돈 것이다.
이는 부유층과 서민층의 소득 격차가 심화된 결과다.
상위 0.01%에 속하는 1만6068가구의 평균소득은 지난해 3079만달러(약 334억원)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하위 90%를 차지하는 1억4461만가구는 평균 3만달러(약 3362만원)밖에 벌지 못했다.
또 이번 연구 결과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회복되는 동안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미국 전체 가계소득은 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도 전체 가계소득은 전년대비 4.6%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위 1%의 소득은 31.4%나 뛴 반면, 하위 99%의 소득은 0.4% 오르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해만 놓고 봐도 상위 1%가 2011년에 비해 19.6%나 더 번 것과 달리, 하위 99%의 소득은 1% 인상하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금융위기 이후 3년 간 미국 전체 가계의 소득 증가분 중 95%를 상위 1% 부자가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지난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상위 1%가 전체 소득 증가분의 49%만을 가져간 것을 떠올리면,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동안 정부가 빈부격차 문제를 전혀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한편 사에즈 교수는 올해 미국 정부가 세금 인상과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 조치를 단행함에 따라, 소득 하위계층의 소득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