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BoE)이 플라스틱 화폐 도입을 위한 공공 컨설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향후 영국의 플라스틱 화폐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며 300년 동안 영국 금융시장에서 활약했던 종이화폐의 시대도 이제 곧 종말을 고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앞선 예상도 나왔다.
영란은행이 고려중인 플라스틱 화폐는 폴리머 재질로 만들어진다. 플라스틱 화폐는 외형상으로는 일반지폐와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지만 종이보다 내구성이 좋으며 더 깨끗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지폐는 약 2년 가량의 내구도를 지니지만 폴리머 소재 지폐는 적어도 수명이 5년 이상이라는 평가다. 지난 2003~2011년 영란은행에 신고된 훼손된 지폐만도 2억6300만 달러였다.
찰스 빈 영란은행 부총재는 플라스틱 화폐 도입과 관련, “폴리머 화폐는 지폐보다 안전하고 깔끔하며 오래가고 저렴할뿐만 아니라 환경친화적”이라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위조가 힘들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화폐 인쇄업체 델라 루의 팀 코볼드 대표는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구성과 안전이란 두 가지 측면에서 모든 중앙은행들이 눈여겨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란은행이 지난해 유통과정에서 발견한 위조지폐만도 71만9000개에 달했다.
플라스틱 화폐는 호주가 1988년 처음으로 도입했고 캐나다, 싱가포르, 루마니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 20여개국이 사용하고 있다.
영란은행은 가장 먼저 5파운드 화폐를 플라스틱 재질로 전환할 계획이며 요즘 추세에 따라 지갑에 넣기 쉽도록 보다 작게 만들 예정이다.
5파운드 화폐에는 푸른색 바탕에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의 얼굴이 새겨지고 이어 여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이 새겨진 10파운드 화폐도 플라스틱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영란은행 측은 공공 컨설팅을 통해 대중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발행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권 플라스틱 화폐의 발행 여부는 오는 12월 결정되며 빠르면 2016년 시중에 유통될 예정이다.
영국이 화폐 재질을 바꾸는 것은 1694년 이후 처음이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