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MIT교수, NYT 기고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 우려에서 촉발된 신흥국 자금 엑소더스가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특히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체력)이 악화된 ‘브라질ㆍ인도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터키’(BIST)를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엮임한 글로벌 금융ㆍ경제위기 전문가인 사이먼 존슨<사진>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BIST가 다음 신흥시장 위기의 진앙지가 될 확률이 높다”며 “(이들이) 국제 금융시장의 압력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향후 테이퍼링 이후 신흥국 시장의 위기 확산 여부를 판가름 짓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교수는 그 이유로 경제 펀더멘털이 약하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 우려 등 외부적 요인보다, 오랜 기간 경제체질 개선을 이루지 못한 이들 정부의 책임이 더 무겁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달에도 “펀더멘털이야말로 가장 기본적(fundamental)인 것”이라는 테런스 체키 뉴욕 연방준비은행 상임부총재의 발언을 들어 거시 경제 지표 안정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존슨 교수는 이 중에서도 인도의 펀더멘털이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중남미ㆍ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멕시코나 태국에 비해 민간 외채 비중이 높고 외환보유고도 비교적 넉넉하지만, 경상적자 폭과 물가상승 추이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인도 금융당국의 정책신호도 불투명한데다 내년 총리 선거를 앞두고 있어 급한 불을 끄기 힘든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상적자는 네 국가들의 펀더멘털을 위협해 경제위기로 몰고갈 수 있는 가장 불안한 요인이라고 존슨 교수는 설명했다. 경상적자가 발생하면 “외화 유출로 경제성장세가 흔들리고,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결국 자본이탈에 대한 우려가 자본 엑소더스로 이어지는 ‘자기실현적’ 결과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존슨 교수는 “신흥국의 경상적자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이 유동성이 메마르면 신흥국이 수출을 하더라도 적자를 메울 달러를 구하기 어렵게 된다는 설명이다.
존슨 교수는 “이 국가들이 앞으로 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을 어느 정도 용인하면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펀더멘털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들이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과 적정 수준의 경제 성장세만 유지할 수 있다면, 신흥시장 전체의 위기로 확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