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통령’ Fed 차기의장에 서머스 지명 임박
시리아 · 부채한도증액 현안 산적의회인준에 상당한 시간소요 판단
10월 예상 엎고 앞당겨 발표할듯
달러살포 버냉키와 다른 매파
강력한 유동성 흡수정책 펼듯
로런스 서머스(58·사진 오른쪽) 전 재무장관이 이르면 다음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에 지명될 것으로 알려지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대 Fed 의장 지명자들도 취임 150일전을 전후로 발표돼 이번 결정이 이른 것은 아니지만, 10월께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놀랍다는 평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내주 Fed 의장 지명자를 발표하는 것은 오는 9일 문을 여는 의회에서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및 부채한도 안건 등에 밀려 시기를 놓칠 수 있는데다, 의장 지명 뒤에도 의회 승인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 지명자 발표는 빠를수록 낫다고 판단한 듯 하다.
대통령이 지명자를 발표하면 상원 금융위원회가 의장후보 청문회를 열어 지명자의 자질을 점검한다. 금융위원회 표결을 통과하면 마지막으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 표결을 넘어야 한다. 소수인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상당수가 서머스 전 장관의 친월가 성향을 들어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어, 승인안 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와 서머스, 끈끈한 인연=이번 결정은 오바마 대통령이 서머스 전 장관에 대한 신임이 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도 “둘의 끈끈한 관계가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경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오바마 대통령이 서머스 전 장관을 불러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최전선에서 경험한 서머스의 이력을 통해 그의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오바마 대통령과 서머스 전 장관은 금융기관들이 위기에 대비해 긴급자금 보유액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점도 서머스의 Fed 의장 가능성을 높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설명했다.
▶포스트버냉키, 서머스의 Fed 미래=서머스가 새 연준 의장으로 취임하면 평소 성향을 고려할 때 통화완화(easy money) 정책의 시대는 저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버냉키 현 의장은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는 ‘비둘기파’로, 서머스 전 장관은 금리를 올려 물가안정을 이루려는 ‘매파’로 분류되고 있다.
매파인 서머스 전 장관이 미국의 금융ㆍ통화정책을 주관하게 되면, 버냉키 의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양적완화와 제로금리 정책은 모두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서머스는 양적완화 정책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따라 서머스 전 장관은 금리를 올려 시장에 유동성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가 의장으로 취임하면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향후 수년간 50bp(1bp=0.01%) 가량 뛰어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버냉키 현 의장과 달리 금리에 대해 시장에 선제안내(forward guidance)를 해주는 일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서머스 전 장관은 향후 취해질 금리정책의 방향을 시장에 미리 알려준다고 해서 시장이 신뢰감을 갖고 안정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