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지난 3일은 핀란드의 또 다른 굴욕의 날이었다. 1939~1940년 구 소련과의 겨울전쟁에서도 결사항전을 벌이며 주권을 지켜냈던 핀란드는 21세기 들어와 국민기업 노키아를 지키는데는 실패했다.
노키아는 핀란드 국민의 자존심이었다. 1865년 제지회사로 시작해 15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노키아는 20세기말 모토로라를 제치며 세계 최고의 휴대전화 제조회사가 됐으나 전세계인의 스마트폰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자존심을 구겼다.
한때는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고 전체 연구개발(R&D)의 30%에 달하는 진정한 국민기업이었으나, 2010년 들어와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해 신용평가사 피치는 노키아의 신용등급을 ‘정크’라는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반면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부를 54억4000만 유로(약 7조9000억 원)에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트리플A(AAA)를 받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IT기업이다.
CNN머니는 3일(현지시간) MS가 노키아를 인수하며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노키아는 올해 2분기 2억2700만 유로의 순손실과 지난해 전년도보다 24% 줄어든 57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미 8개 분기가 지나며 33억 유로의 손실을 봤다.
신용평가사인 S&P와 무디스는 MS의 등급을 AAA로, 피치는 한 단계 낮은 AA+로 잡고 있지만 MS가 신용등급이 두 단계 가량 낮아진다면 노키아 때문이 될 것으로 CNN머니는 분석했다.
한편 올해 말 퇴진을 결정한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의 후임으로 스티브 엘롭 노키아 CEO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MS이사진 및 임원들은 내부 인사가 CEO자리에 오르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엘롭 CEO를 아주 배제할 수는 없는 문제다.
발머는 최근 은퇴 이후 엘롭이 후보자로 대체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운 CEO는 MS를 ‘기기 및 서비스(devices and services)’ 회사로 변화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만약 엘롭이 MS의 새로운 CEO가 될 경우 스스로를 다시금 정의해야 할 것이라고 CNN머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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