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출구전략 우려로 신흥국 엑소더스에 나섰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과 중국, EU(유럽연합)의 경제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귀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은 반등세를 보이고, 외환시장도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 신흥국들은 한 목소리로 아시아 외환위기 진정을 위해 미국의 출구전략 시기조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오는 5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서는 신흥국의 ‘혼돈의 금융시장’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아시아의 귀환… G2, 유럽 제조업 개선에 다시 몰려오는 투자자들=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출구전략 시기에 대한 전망 때문에 요동쳤던 아시아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은 이제 조금은 진정된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아시아 신흥국 통화 위기가 최악은 넘겼다는 관측과 함께 투자자들의 유턴 조짐이 보인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번주 도쿄 닛케이 지수가 4.4% 오르고 홍콩의 항셍지수도 3.1% 상승했으며 중국 대기업과 관련된 항셍 중국기업지수도 4.3% 뛰었다고 전했다. 신흥국 통화 폭락도 주춤해 3일 인도의 달러당 루피화 가치는 1.7% 반등, 모처럼 상승세를 보였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역시 지난주 3년래 최저치에서 1.5% 반등했다.
이같은 회귀 현상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마킷이 발표한 8월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4로 2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8월 미국의 ISM 제조업 지수 역시 55.7로 2011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JP모건체이스는 선진국 전반의 회복세가 아시아 신흥국의 수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대니얼 마틴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의 펀더멘털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며 “역내 통화 위기가 금융 소요로까지 비화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심각한 경상 적자에서 허덕이고 있으며 신흥국들의 통화 회복세가 견조하지 못해 지역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여전히 자본 유출사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印尼 재무장관 “출구전략 명확히 하라”, 신흥국 치유법 논할 G20=신흥국 위기 여파가 가장 심하게 지속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다. 차팁 바스리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중요한 나라인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의)양적완화 계획에 대해 어떤 나라도 충분히 명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인도네시아의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5일과 6일 양일간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고 요동치는 신흥국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을 강구할 전망이다. 신흥국 중에서는 인도,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등이 참여하는 이번 회의에서 전 세계는 연준의 정책변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특히 시장의 흔들림을 줄이기 위해 연준과의 의사소통 방안을 개선하길 희망하고 있다.
▶취임하는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 신흥국 위기 타개 이끌까=인도는 라구람 라잔(50)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새로운 중앙은행 수장으로 맞이했다. 신흥국의 대표주자 인도는 최근 루피화 폭락, 경상수지 적자폭 상승, 급격한 경기하락 등 3중고에 빠진 상태. 이런 가운데 내부 인사 선임 관례를 깨고 라잔이 임명돼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문제점들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는 마술지팡이는 없다”고 강조하며 기대감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인도는 환율 안정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그는 취임 이후 경기부양 대신 고금리를 통한 환율 안정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외자유출을 촉발, 루피화 추락의 원인이 되는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