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중국 대형은행 투자 시대가 종말을 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3일(현지시간) 중국건설은행(CCB)의 잔여 지분을 15억달러(1조6500억원)에 최종 매각했다. BOA의 이번 매각은 자기자본을 강화하고 중국 은행권의 부실이 악화하기 이전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은행들이 지난 10년 간 중국 접근성을 기대하며 앞다퉈 중국 은행에 투자해왔던 시대가 종지부를 찍었다”고 평가했다.
▶월가, 중국계 은행 전면 철수=미국의 거대 은행들은 중국 경제가 호황이던 2000년대 중반 공격적으로 중국 은행에 투자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지난 5년 간 보유 지분을 순차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
BOA가 CCB에 투자를 시작한 것은 8년 전이다. 2005년 처음으로 30억달러를 들여 CCB의 지분 10%를 획득한 이후 2008년 후반 7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보유 지분을 20%까지 늘렸다.
하지만 BOA는 2009년 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순차적으로 CCB 지분 매각해 최소 226억달러를 조달했다. 이번 매각은 남은 지분은 1% 미만을 전량 처분한 것이다.
앞서 BOA의 경쟁사인 골드만삭스도 지난 5월 중국의 최대 은행인 중국공상은행(ICBC)의 잔여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골드만삭스는 ICBC가 홍콩증시에 상장하기 전인 지난 2006년 4월 지분 4.9%를 25억8000만 달러에 매입했지만, 2009년 6월부터 6차례 대량매각하면서 97억달러(10조6700억원)를 흡수했다.
중국 은행 투자에서 손을 턴 은행은 월가 은행만이 아니다. 스위스의 UBS와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는 2009년 자본 강화 목적으로 중국은행(BOC)의 보유 지분을 전량을 매각했다.
다만, HSBC은행과 씨티그룹이 중국교통은행과 광발은행의 지분 20%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확보ㆍ중국 은행권 부실=월가 은행들이 중국계 은행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은 바젤Ⅲ를 충족함과 동시에 중국 은행권 부실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젤Ⅲ는 은행의 자기자본과 위기관리, 유동성에 대한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다른 금융기관에 과도한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바젤Ⅲ 충족을 위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중국 투자분을 매각, 이익실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 소재 미즈호 증권의 제인스 안토스 애널리스트는 “바젤Ⅲ 때문에 글로벌 은행들이 기업의 일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중국 금융부문의 부실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월가는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그림자 금융’ 등 금융권 부실이 가시화하자 “지금이 이익실현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는 7분기 연속 증가해 올해 2분기 말 기준 5400억위안을 기록했다. 또 중국의 그림자 은행은 지난 2년동안 67%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먹튀 논란 확산=하지만 외국자본의 ‘먹튀’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중국 은행들의 기업공개(IPO) 이전에 투자해 막대한 투자 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BOA의 투자수익은 무려 141억달러(15조5000억원)로 추산됐다. 또 골드만삭스의 투자수익은 73억달러(8조329억원)로, 배당수익을 제외한 이익률은 292%였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