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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급증으로 은값 저점대비 34% 급등…은 ETF 보유량 올들어서만 6% 증가
세계 금속시장에서 금 가격과 유사한 변동성을 보여 금의 ‘못난이 자매(ugly sister)’로 불렸던 은의 움직임이 최근 심상치 않다. 은 수요가 치솟으면서 금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은값은 금과 마찬가지로 지난해부터 날개 없이 추락하다 지난 6월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은 가격은 지난 6월 말 트로이온스당 18.22달러까지 하락한 뒤 3일(현지시간) 장중 최고 24.35달러까지 뛰어올랐다.

최근 은의 상승세는 금보다 눈부시다. 은 가격이 저점 대비 약 34% 뛰는 동안, 금은 19% 상승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은이 금보다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금의 시장 변동성을 따라가던 은이 최근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귀금속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금ㆍ은 보유량은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다. 은 관련 ETF의 은 보유량은 올해에만 6% 가까이 증가해 지난 8월 정점을 찍은 반면, 금 보유량은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680t이 빠져나갔다.

귀해진 은의 몸값을 반영하듯 금과 은의 가격 차이도 점차 좁혀지고 있는 추세다. 금 1온스로 살 수 있는 은의 양은 지난달 초만 해도 67온스였지만 이달 초엔 58온스로 떨어져, 급증하는 은의 가치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씨티그룹의 금속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윌슨은 “소매 투자자들은 금보다 은에 더 관심이 많다”며 이들이 은 투자에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금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은 확장세에 베팅하는 ‘스마트머니’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경제가 개선돼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게 되면, 금 매도행렬이 이어져 금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으로 향후 은의 상대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도의 금 수입 제한조치도 은이 각광을 받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인도는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금 수입관세를 10%까지 끌어올린 데 이어, 지난 7월엔 금 수입량을 수출량에 연동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에 은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인도의 은 수입은 3000t에 육박, 전년 동기 1900t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영국에서의 은 수입량은 지난 2분기 1415t에 달해 지난 200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과 달리 은이 투자자산으로서의 매력뿐 아니라 공업 원재료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점도 국제시장에서 은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특히 전자기기에서 원재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은의 수요를 밀어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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