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을 우려한 외국인 자본이 신흥국 시장에서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한국에 대한 월가의 기대감은 상승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걸림돌로 지적됐다.
27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월가 투자자들은 한국이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미국의 출구전략에 잘 견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비교적 높은 경상수지 흑자폭과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환율 등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의 경상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4.9%로, 중국(2.6%)의 두 배 수준에 달하는 등 안정적 성장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애버딘 애셋 매니지먼트의 신흥시장 채권 투자 펀드 매니저인 에드윈 구티에레스는 “원화는 내가 자신 있게 투자하는 종목의 하나”라면서 “한국이 경상 흑자국이기 때문에 외자 유입에 (크게) 신세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현 분기에 2.6% 상승, 줄줄이 폭락하고 있는 신흥국 통화가치와 대조를 이뤘다. 인도 루피화와 브라질의 헤알화는 각각 8.5%, 5.3% 하락했다.
향후 원화 가치 변동 전망도 다른 신흥국에 비해 완연히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지난 12일 1개월 원화 옵션의 내재 변동성 비율은 6.69%로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말의 11.4%에 비하면 대폭 낮아진 것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그만큼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한국은 채권 투자 실적에서도 다른 주요 신흥국을 크게 따돌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에 의하면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한국 채권에 투자한 수익률은 1.4%인데 반해 브라질과 인도 채권 투자는 각각 16%와 10% 손실을 기록했다.
매뉴라이프 애셋 매니지먼트의 홍콩 소재 채권 부문 닐 카페치 대표도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한국의 성장과 경상흑자에 만족하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상황에서 한국 채권은 다른 신흥국보다 탁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레그 메이슨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아만다 시티트 투자 책임자는 “IT 쪽이 (특히) 상승세”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경쟁력에서 애플을 능가한다”면서 “엔저 충격도 예전만큼의 이슈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기록적 수준으로 급증한 한국의 가계부채는 투자의 걸림돌로 분석됐다. 지난해 한국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91%에 달해 미국의 85%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의 싱가포르 소재 채권 투자 책임자는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조짐이 안 보이면 투자 전망 여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원화 투자 전망을 ‘상승세’에서 ‘중립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