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미국 정부가 지난 3월부터 발동한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의 칼바람이 공립학교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교육예산 축소로 학교를 아예 폐교하거나 학용품을 교사 개인돈으로 사는 사례가 늘고 있다.
▶ 문 닫는 학교 늘었다=미국 연방정부의 시퀘스터 조치에 따라 공립학교 예산이 깎이면서 폐교 조치되는 학교가 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 전했다.
시카고 시는 올 들어 공립 초등학교 50곳을 폐교하고 교직원 2000명을 해고시켰다.
연방정부의 교육비 지원 축소에 따라 부족해진 10억 달러(약 1조1125억 원) 가량의 예산을 조달하지 못한 탓이다. 시카고 교육 당국은 한 해 시 교육예산의 20% 정도를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라델피아 시에선 지난 6월 공립학교 24곳이 문을 닫은 데 이어 약 4000명의 교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래도 필요한 교육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시 교육청은 5000만 달러(약 556억 원) 규모의 공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파산 신청을 낸 디트로이트 역시 지난주 9200만 달러(약 1024억 원) 규모의 1년 만기 채권 발행에 나섰다.
당장 다음달 새 학기가 시작됨에 따라, 빚을 져서라도 교육예산을 마련하겠다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 교사 돈으로 학용품 산다=예산 삭감으로 큰 타격을 입은 저소득층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사용하는 학용품 구입조차 어려워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호러스 맨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유치원ㆍ초ㆍ중ㆍ고교 교사 814명의 51%가 “연필, 종이 등 일반 학용품을 구입하기 위한 학교 예산이 부족하게 책정됐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40%는 수학ㆍ과학 교재 구입비가, 39%는 읽기와 언어 수업에 필요한 교재 구입비가 모자랐다고 전했다.
교사 개인 돈을 쓰지 않고 학교 예산만으로 모든 학교 활동이 이뤄진 경우는 단 2%에 불과했다. 개인 돈을 400달러(약 44만5000원) 넘게 쓴 경우도 26%나 됐다.
이처럼 교사의 개인 비용 지출이 늘어난 것은 재정이 어려운 지역 교육청들이 예산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립 유치원ㆍ초ㆍ중ㆍ고교 교육예산 중 연방정부 지원의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주ㆍ시 등 지방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게다가 지방정부들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학교 수를 줄인 대신 교실당 학생 수를 늘려 각 학급 당 필요한 학용품의 양이 훨씬 많아졌다. 실제 교실에서 수업을 해야하는 교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진 셈이다.
일례로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경우 올해 학용품 구입 예산은 예년의 35%밖에 되지 않는 수준에 책정됐다. 학용품 비용의 3분의 2가 교사 개인 부담이나 기부를 통해 충당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학부모와 기업 등을 상대로 학용품 기부 요청을 하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 기부사이트 ‘도너즈추즈’(DonorsChoose.org)에 따르면 학용품을 기부해 달라고 요청한 교사들의 수는 지난해에 비해 3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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