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새 115억弗↑…신흥국 매도와 대조
월가의 큰 손들이 신흥국 가운데 한국 채권이 가장 유망하다고 보고 집중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흥국 채권을 투매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2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의 주요 기관 투자자들은 신흥국 자산을 투매하는 와중에도 한국물은 6개월째 사들여 이 기간에 보유 규모가 115억 달러 증가했다.
특히 세계 최대 채권펀드를 운용하는 핌코와 매뉴라이프 애셋 매니지먼트의 아시아 펀드, 슈뢰더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등이 한국 자산을 집중 매입했다.
이들 가운데 매뉴라이프 펀드의 포트폴리오에서는 한국 국채가 가장 큰 규모로 분석됐다. 매뉴라이프의 홍콩 소재 닐 카페치 채권 부문 대표는 블룸버그에 “한국 채권시장이 선진국처럼 움직인다”면서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핌코의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관리 공동 책임자 라민 톨루이도 지난주 회견에서 “투자자가 일부 신흥시장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한국이 그렇다”면서 “(채권시장) 규모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양호한 여신의 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펀드 조사업체 EPFR글로벌은 “신흥국 전체에서 지난 5월 말 이후 440억 달러가 빠져나간 것과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높지 않은 인플레이션과 자금 유입 추세로 인해 한국의 채권 수익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채권 수익률 하락은 그만큼 채권 가치가 뛴다는 의미다.
실제로 2년 만기 한국 국채 수익률은 올 들어 1bp(1bp=0.01%) 뛰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에 인도네시아는 무려 338bp나 상승했다. 한국 국채 10년물은 지난 4월 이후 95bp 상승해 3.72%를 기록했다. 같은 만기 미국 국채는 지난 5월 1일 이후 132bp 상승해 지난 22일 2년래 최고치인 2.93%에 달했다.
한국이 기록적인 530억 달러의 경상 흑자를 기록하고 인플레도 ‘목표치’인 2.5∼3.5%를 크게 밑도는 1.7% 수준인 것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달러대비 원화 가치도 1년 사이 바닥이었던 지난 6월 25일에 비해 4.1% 상승했다. 이는 인도 루피와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가 달러 대비 각각 7.8%와 8.2% 하락한 것과 다른 점이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