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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흥국 외환보유액 석달새 90조원 날아갔다
외환시장 직접 개입 불구 속수무책
인도네시아 13.6% 급감 유출 최대
각국 금리인상등 대응책 마련 부심


지난 5월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 발언으로 신흥국 외환보유액이 90조원 넘게 날아갔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건스탠리 조사 결과를 인용, 신흥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810억달러(약 90조7200억원)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을 제외한 전체 신흥국 외환보유고에서 2%가 사라진 셈이다. 더욱이 9월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 시행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5월에 이은 ‘2차 쇼크’로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몰락한 8월치가 조사에 반영되지 않아, 신흥국 외환보유액 감소치는 더 뛸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경우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말부터 7월말까지 13.6% 급감해 가장 출혈이 컸다. 같은 기간 터키와 우크라이나의 외환보유액은 각각 12.7%, 1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또 신흥국 금융위기설의 진원지인 인도의 외환보유고는 5.5% 감소했다.

신문은 신흥국의 외환보유고가 전반적으론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보다는 늘어난 상태라고 평가하면서도, 감소 속도가 너무 가파른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특히 8월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신흥시장의 경제성장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어 앞으로 신흥국 외환보유액은 더 가파른 속도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직접 방어하는 대신 외환 유출을 막기 위한 다른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리를 올리고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는 등 다각도의 환율 방어수단이 동원될 것이란 분석이다.

인도네시아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6.5%로 올리고 지급준비율을 4%로 인상한 데 이어 터키 중앙은행도 지난 20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신흥국들의 경제 둔화세가 중앙은행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 초부터 인도네시아 주식 매도에 나서고 있는 모건스탠리의 신흥시장 투자 책임자 루치르 샤르마는 “큰 폭의 경상적자가 인도네시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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