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해 130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시 참상을 보여주는 영상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영상에는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볼 수 없는 참상이 100여건 이상 기록돼 있다.
가장 가여운 건 바닥에 누워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다 죽어간 아이들이다.
어른들도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다 숨을 거뒀다. 한창 왕성한 나이대로 보이는 청년들도 이불 속에서 축 쳐져 있다.
한 마디로 지옥같은 모습이다.
21일(현지시간) 화학무기 공격이 있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동부 구타 지역에서 반정부 활동가들이 페이스북에 이런 영상을 계속 올리고 있다.
21세기 문명 시대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처참하고 슬픈 광경이 계속 목격되고 있다.
가장 많이 보이는 장면은 사망해 누워 있는 수십 구의 아이들 시체.
이 아이들은 화학탄의 영향으로 겉으로 아무런 외상이 없지만 치명적 내상을 입어 숨졌다.
얼굴은 잠든 듯 평안해 보이고 실제 뉘어져 있는 모습은 자는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장년 남성들의 시신들도 여러 구가 건물 안에 뉘어져 있다.
현대 문명전이 보여주는 이러한 참상에 영상 목격자들은 경악하고 있다.
여성들의 모습이 안 보이는 이유는 활동가들이 사망한 여성들의 처참한 모습을 가급적 영상으로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격은 새벽에 이뤄졌다.
이 일대 병원에는 새벽에 갑자기 수백 명의 환자들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병원을 찾은 사람들 200명 중 4분의 1은 숨졌다.
공격당한 시리아 시민들은 로켓포 소리를 들은 뒤 얼마 후부터 눈앞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온몸도 마비됐다.
이내 코와 입에서는 거품이 나오고 동공은 수축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다가 의식을 잃는 수순이 반복됐다. 정말 슬픈 장면이었다.
현장에는 화학탄 해독제(아트로핀)이 부족한 상태다.
환자들을 병원으로 데려온다 해도 치료할 약이 딸려 의료진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로켓포에 실린 화학제는 공기보다 무겁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지하실에 숨다 피해를 키웠다.
이슬람 전통에 따르면 숨진 사람은 24시간 이내에 매장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생존자들은 살아남은 슬픔에 눈물을 흘릴 겨를도 없이 시체 치우기에 바쁘다.
그러나 여전히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탄을 사용한 주체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정부에 대한 시위가 내전으로 확대돼 정부군과 반군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시리아가 처한 기막한 현실이다.
반군은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군은 반군 테러분자들이 조작된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진실은 하나인데, 진실을 정치적 논쟁으로 감추는 ‘대국민 사기’는 시리아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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