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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흥시장, ‘충격 견디기’ 시험대 올랐다…터키 금리인상 카드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가 확산되면서 신흥시장의 ‘충격 견디기’가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역풍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관건은 신흥국이 얼마나 견뎌내느냐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5월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이후 벌어졌던 신흥국과 시장 간의 환율 기싸움은 이제 서서히 금리 인상 압박으로 비화하고 있다. 터키가 2개월 연속 전격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브라질도 금리인상 압박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견조했던 멕시코도 성장세가 둔화돼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신흥국 ‘내성’ 어디까지=모건스탠리의 신흥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마노지 플라든는 Fed의 양적완화 축소 회오리 아래 있는 신흥국을 3가지 그룹으로 분류했다.

첫째는 ‘압력에 노출된 나라’로 경제성장 모델이 흔들리고 있는 중국과 브라질이 포함됐다. 둘째는 ‘상대적 승자국’으로 경제 펀더멘털이 비교적 양호한 멕시코와 폴란드가 꼽혔다. 마지막은 이 두개 유형의 ‘중간국’으로, 경상수지 적자와 통화가치 폭락으로 외환위기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가 해당된다.

어느 그룹에 속하든 신흥국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UBS의 바누 바웨자 분석가는 21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의 (장기) 금리 상승이 신흥국 전체를 망쳤다”고 표현하면서 “(장기) 금리가 계속 오르면 고통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HSBC의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 프레드 뉴먼은 “아시아가 지난 몇 년을 허비했다”고 비판했다. 즉, 선진국의 양적 완화 덕택에 싸게 차입해 성장하면서 개혁을 게을리한 것이 지금의 상황으로 이어진 탓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싸게 차입해 부동산 등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거 투자한 후유증”이라면서 “아시아가 기회를 잃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흥국이 1997년 외환위기 경험과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이번 위기도 잘 버텨낼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 세계, 혼란에 대응할 수 있다’는 사설을 통해 “시장에 부는 강풍이 심각한 경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전반적인 금융시장 붕괴의 전조라는 우려는 시기상조”라며 “신흥시장에 유입된 자금의 절반 이상이 직접 투자를 위한 자기자본(equity capital)이란 점에서 지난 아시아 금융위기 때의 자본 구성보다 더 건전하다”고 강조했다.

UBS의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켈빈 타이는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미국의 출구전략이 아시아 자본시장에 악재가 될 것인가”라는 의문을 표시하며 “단기적으로 자본 유출이 문제가 되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양적완화 축소가 미국 경제 회복을 의미해 아시아 경제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흥국, 위기 방어 안간힘=신흥국 정부는 숨고를 틈 없이 속락하고 있는 증시와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외환위기에 직면한 인도는 파국적인 경상적자를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루피화 국외 채권 발행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루피화 표시 국외 채권 발행은 외국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해 주면서 자금을 유치하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UBS는 “달러에 대한 루피화 가치가 10.5% 더 떨어질 것”이라며 “환율이 70대까지 더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터키는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터키 중앙은행은 20일 기준금리인 오버나잇금리를 기존 7.25%에서 7.75% 수준으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시장의 예측을 뒤집고 2개월 연속 인상한 것이다. 터키 리라화는 지난달 8일 사상 최저 수준인 달러당 1.974터키리라까지 추락한 바 있다.

브라질은 금리인상 압박에 동요하는 분위기다. FT는 알레샨드리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장이 19일 밤 ‘시장이 (브라질의) 금리 인상을 과다하게 기대한다’고 경고하는 이례적인 성명을 내놨음을 상기시켰다. 그럼에도, 브라질 중앙은행은 연말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환시장에 계속 개입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흥국으로는 상대적으로 경제가 탄탄한 것으로 평가돼온 멕시코도 흔들리는 모습이라고 FT는 경고했다. 멕시코는 20일 지난 2분기 성장이 예상 외로 위축된 것으로 발표했다. 전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이 0.7% 감소했고, 연율 기준으로도 1.5% 성장하는데 그쳤다.

또 외환위기에 직면한 인도 다음으로는 인도네시아가 위험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FT는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가 20일 거의 2% 하락했다면서 이는 인도 루피화와 브라질 헤알화에 이어 세 번째로 크게 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카르타 증시도 지난 19일 5.6% 주저앉은 데 이어 20일 3.2% 추가 하락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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