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앞지르는 황당한 일이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환율 규제로 신차 생산비용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아예 생산 중단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베네수엘라 자동차 시장에서 중고차가 신차에 비해 평균 3배 이상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시장왜곡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고 CNN머니 등 외신들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자동차 시장의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중고차 가격의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베네수엘라에선 신차 생산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베네수엘라 자동차 시장에서 신차 판매량은 13만553대를 기록, 총 49만1899대가 팔린 지난 2007년에 비해 4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베네수엘라 소비자들의 신차 수요량은 연간 50만대에 육박해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뒤늦게 나섰다.
17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중고차 가격이 신차 때 가격의 90% 이상에 책정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마두로 대통령은 “중고차가 신차보다 2~4배 이상 비싼 이 상황을 멈춰야 한다”며 법안 통과의 정당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시적 가격통제 정책으론 중고차 가격왜곡을 해소할 수 없다는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중고차 가격상한제 입법 추진 소식이 전해진 뒤 야당 측도 “정부는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를 낳고 있다”며 여권의 환율 규제정책을 전면 비판하기도 했다.
그 대신 다국적기업의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고환율 기조부터 바꿔야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자동차 생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못한 베네수엘라에서 고환율 정책은 해외 신차 수입은 물론 자국 생산량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핵심부품 수입비용이 증가하면서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아예 자동차 생산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과 집권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은 강력한 환율 규제정책으로 수입 제한을 추진해왔다. 지난 2월 재정적자에 허덕이던 베네수엘라 정부는 달러당 4.3 볼리바르였던 환율을 6.3 볼리바르로 끌어올리면서 자국화폐에 대한 대대적 평가절하를 단행한 바 있다.
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