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공산당 핵심간부들에게 돌린 비밀문건이 공개됐다.

이 문건에는 서구적 가치관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어 중국 지도부의 대서방 강경노선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문서 제 9호’라는 이름의 이 문건은 공산당 지도부가 지정한 7가지 체제 전복적 시류를 나열해놓고 있다.

7대 체제 전복적 시류는 ▷ 서구식 헌정민주주의 ▷ 인권 등 보편적 가치 ▷ 언론 독립 ▷ 시민사회 ▷ 친시장적 신자유주의 ▷ 공산당의 과거 이력에 대한 비판 등이다.

문건에는 또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 반대파들이 공직자 재산 공개를 요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관료 부패와 언론 통제 등의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당과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은 당 지도부가 작성해 시 주석이 최종 승인한 뒤 지난 4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 핵심간부들에게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NYT는 최근 경제 개혁 방안을 발표한 중국 정부가 겉으로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체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개방적 경제개혁 정책으로 인해 중국 시장의 문이 점차 열리면서 서구적 사상에 감화된 이들이 늘어나면 공산당 독재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중국 관영 인민일보도 해외판 논평을 통해 “헌정주의는 자본주의에 속해있다”며 “헌정주의는 미국의 독점적 자본주의 시장의 거물들이 자주 사용하는 무기”라고 못박으며 서구적 정치사상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12일에는 혁명성지인 허베이(河北)성 시바이포(西栢坡)를 방문해 마오가 제시했던 ‘양개무필(兩個務必)’ 정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양개무필은 ‘반드시 이행해야 할 두 가지’라는 뜻으로 마오가 당원들에게 “겸허함을 잃지말고 고난을 이겨내는 기풍을 계속 유지하라”고 주문한 것을 말한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