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2월 시작된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는 5일 만에 벵가지, 수도 트리폴리를 점거하며 42년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에 종지부를 찍고 민주화가 실현되는 듯 보였다.
리비아는 제헌의회(GNC)가 소집되고 반정권 인사들을 주축으로 한 정권 수립에 공을 들였으나 전임 총리였던 무스타파 아부 샤구르가 취임 25일 만에 해임되고 지난해 10월 인권변호사 출신인 알리 제이단(63)이 총리에 임명됐다. 그러나 취임 이후에도 혼란은 계속됐다.
지도자의 부재는 끝없는 혼란을 가져왔으며 제이단 총리 취임 전인 9월, 무슬림 테러세력은 당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였던 크리스 스티븐스 등 외교관 4명을 살해하는 사건까지 벌여 서방세계에 충격을 줬다.
정권 확립을 위해 GNC는 카다피 전 대통령 집권시절 정부 요직에 있었던 이들의 공직 진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고 모함메드 알 메가리프 리비아 의회 의장도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지역 군벌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정부의 권위는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불안정한 치안 속에 트리폴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이슬람 과격 원리주의(근본주의) 세력에 반대하는 시민 수천명이 시위를 벌였다. ‘안사르 알샤리아’ 등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의 테러도 자행되고 있으며 카다피 집권기간에도 보이지 않던 지하드 무장단체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을 비판한 리비아의 인권운동가이자 변호사인 압둘살람 알무스마리가 피격됐고 원리주의 일파인 무슬림형제단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시위대는 트리폴리와 벵가지의 무슬림형제단 정의건설당(PJC) 사무실을 공격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벵가지 인근의 한 교도소에서 폭동이 발생해 1000여명의 재소자가 집단 탈출을 한 사건이 벌어졌고, 이들 중엔 과거 카다피 정권을 지지했던 인물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