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제도 지속성 사라져 권력다툼 지속
문화·종교 단일세력 집권 정정불안 초래
군정별 주변국 개입…테러·내전 악화시켜
국제 정세 전문가들은 지난 2010년 말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으로 촉발된 아랍의 민주화 운동이 좀처럼 결실을 보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로 ‘지속성의 상실’을 꼽고 있다.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민주제도와 헌법을 빠르게 확립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중동 사태의 장기적 해결을 위해선 법적ㆍ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런던대 이란연구소장 아르신 아디브 모가담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알자지라 칼럼에서 새 헌법을 놓고 물의를 빚었던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전 대통령도 민주정치 제도를 수립하지 못해 과거 정권을 대체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폭력으로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못박으며 “현 세력도 장기집권에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니 로드릭 프린스턴대 교수도 최근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민주주의 정립 초기의 국가들에선 정당 및 제도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잦은 권력 다툼이 유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이나 무슬림형제단이 아직 정당, 의회정치나 법치 등 민주적 정치문화를 실현시킬 만한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군부세력의 역습에 당했다는 것이다.
이슬람 국가들의 일원적 문화도 사태를 장기화시키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서로 다른 정치ㆍ문화ㆍ종교 세력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우회로’ 대신 단일 세력 집권이라는 ‘직선로’만 걷고 있어 정정 불안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단일 세력의 이익만 추구하려는 생각이 현재 중동 문제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슬람교ㆍ기독교, 수니파ㆍ시아파, 이슬람 근본주의ㆍ세속주의 등 아랍권 세계에서 지속되고 있는 첨예한 대립구도에서 양보나 화해 세력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하나의 사상이나 문화만 인정되는 사회에선 새로운 생각과 발전이 불가능해 극단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현재 아랍 혁명들이 한쪽 세력의 이해만 대변하는 방향으로 이뤄져 사태의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군정과 이해를 같이하는 주변 국가들의 개입도 이슬람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대해 하타르 아부 디아브 프랑스 파리11대학 교수는 “아랍의 왕국들은 무슬림형제단의 혁명이 자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이집트 군정이 재집권하는 것을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