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원리주의·세속주의간 충돌 빈번
시아파·수니파 종교갈등 유혈사태 촉발
국제테러조직 세력확장도 시한폭탄으로
세계의 화약고는 이미 발칸반도에서 중동으로 넘어온 지 오래다. 20세기 초 발칸반도의 종교 갈등이 분쟁의 씨앗이었다면 20세기 말부터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중동 각국의 내분은 종파 갈등, 이념 문제, 무장단체의 난립과 에너지 전쟁, 경제 문제 등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원리주의)와 세속주의의 대립=최근의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등 ‘아랍의 봄’을 주도한 국가에서 내분이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이슬람 원리주의와 세속주의의 이념 대립 때문이다.
이집트는 세계 최대ㆍ최고의 원리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과 세속주의의 충돌이 주된 원인으로,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집권한 무슬림형제단의 정치ㆍ경제 안정화, 지지기반 확보 실패가 심각한 유혈사태까지 불러왔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축출당한 이후 무슬림형제단의 퇴진 반발과 복권운동이 이뤄졌으며 수도 카이로 전역에선 군부와 시위대의 충돌이 이어졌다. 무르시 정권 붕괴는 인접국 튀니지와 리비아에 영향을 미쳐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의 위기가 더욱 확산됐다.
튀니지에서는 2011년 원리주의 과도정부 수립 이후 세속주의 성향의 야당 지도자들이 잇따라 암살당했으며 이에 야권의 반발과 시위가 이어졌다. 야당의원 52명은 경찰의 강경 진압과 암살 사건에 의원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온건 성향의 집권 이슬람당 엔나흐다당은 무르시 정권의 몰락을 보고 비슷한 운명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시위대는 이집트 반정부 세력 연합체인 ‘타마로드’에 자극을 받아 엔나흐다당 반대 운동을 시작, 1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독재 세력을 물리치고 집권한 정부가 경제 상황 타개와 국민의 개혁 의지를 만족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이집트 현지 한 칼럼니스트는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의 권력 박탈은 아랍권에서 급진적 정치 이슬람의 지배 시대에 대한 종식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백년 뿌리 깊은 분쟁의 원인, 시아파-수니파의 종교 갈등=수니파는 이슬람교도의 85~90%를 차지하는 다수파다. 반면 시아파는 10~15%에 불과한 소수파다. 7세기부터 갈등을 빚으며 차별과 억압을 받아온 시아파는 수니파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수니파는 시아파를 이단으로 여기고 있다.
이라크는 수니-시아파 간 갈등이 가장 극명한 국가로 다른 중동 지역과 달리 시아파보다 수니파가 소수파다. 수니파였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시아파를 억압했고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시아파 정부가 정권을 잡았다. 지난 2010년 누리 알 말라키 총리는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을 아우르는 연립정부를 구성했으나 시아파 출신이었던 그는 파벌갈등이 심화되며 수니파인 타리프 하셰미 부통령을 테러 혐의로 체포했고 일부 수니파 장관들은 이에 반발해 사임하기도 했다. 이라크는 연일 수니파의 시아파 모스크 등을 겨냥한 폭탄테러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시아파-수니파 주변국들의 입김으로 인해 종파 간 전쟁으로 번진 경우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ㆍ이라크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시리아 반군은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무장세력 난립한 테러 중심지 중동=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는 예멘 내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를 통해 세력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서방 세력의 기업 시설이나 공관 등의 테러를 모의하고 있으며 예멘은 이런 알카에다의 새로운 근거지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무인기를 이용해 알카에다 단원들을 사살했다.
세계 최대의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는 최근 이란의 지지를 얻고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다. 이에 지난 15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있었던 시아파 거주지역 차량폭탄 테러와 관련, 헤즈볼라 지도자인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는 이번 테러의 배후로 수니파 극단주의자(Takfiri)들을 지목하기도 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